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실적 부진과 주가 조정 국면에서도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자사주 취득 계획을 내놓으며 2023년 이후 누적 매입 규모를 695억원까지 늘렸다.
지난 1분기 실적은 급감했지만 2분기부터 실적 반등이 예상되는 데다 회사가 미국 공급망 진출과 차세대 패키징 장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에 대한 오너의 자신감으로 읽힌다.
실적 꺾여도 매수 행진
14일 업계에 따르면 곽 회장은 이달 초 50억원 규모 자사주 추가 취득 계획을 공시했다. 오는 30일 장내 매입이 완료되면 곽 회장이 2023년 이후 사재를 들여 취득한 자사주는 총 695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지분율도 기존 33.59%에서 33.61%로 높아질 예정이다.
곽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올해 들어 더욱 잦아졌다. 지난 3월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힌 뒤 4월 매입을 완료했고 5월에는 80억원 규모 추가 취득 계획을 공시한 뒤 6월 이를 실행했다. 이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50억원 규모 매입 계획을 내놓으며 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같은 매입이 실적과 주가가 모두 흔들리는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반도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87.8% 줄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 매출 인식 시점이 밀리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 것이다.
주가도 조정을 받았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5월12일 장중 42만6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13일) 종가 기준 한미반도체 주가는 20만550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7.43% 내렸다. 두 달 만에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하반기 반등에 주목
다만 시장의 시선은 최근 실적보다 하반기 업황에 쏠려 있다. HBM 투자 확대와 신규 장비 시장 개화가 예상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는 매출 2276억원, 영업이익 110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4%, 27.8%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5% 늘어날 것으로 봤다.
3분기 역시 긍정적이다. 매출 2577억원, 영업이익 1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8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기순이익도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기준으로도 실적 개선 기대가 크다. 올해 컨센서스는 매출 7850억원, 영업이익 369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1%, 46.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부진을 딛고 HBM4 투자 확대와 수주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실적 반등 기대의 배경으로는 HBM 투자 확대가 꼽힌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HBM4 양산 확대에 맞춰 차세대 TC본더 공급을 늘리고 있다. 현재 주력 장비인 TC본더는 HBM 적층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다. 회사는 와이드 TC본더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현지 법인 '한미USA'를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대응해 기술 지원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특히 스페이스X·테슬라·xAI 등이 추진하는 초대형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 '테라팹(Terafab)'과 미국 내 첨단 패키징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주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BM 장비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미국 공급망과 차세대 패키징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이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북미 고객사의 투자 확대에 따라 HBM용 TC본더 수주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반도체 후공정 전문업체(OSAT)향 로직용 TC본더 공급과 HBF용 TC본더 출하가 더해지면서 성장 동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