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장기 침체를 겪었던 국내 배터리 3사가 7분기 만에 나란히 분기 흑자를 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와 유럽 전기차(EV) 시장 회복, 미국 생산 세액공제(AMPC) 효과가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이른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하반기에는 북미 ESS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올해 2분기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된 2024년 3분기 이후 배터리 3사가 동시에 분기 흑자를 낸 것은 7분기 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 7조5602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7% 감소했다. 북미 ESS 출하 확대와 전기차용 중저가 제품, 원통형 배터리 판매 증가에도 흑자 전환은 미국 정부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효과에 크게 힘입었다. 이번 실적에는 AMPC 2410억원이 반영됐다.
삼성SDI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놨다. 2분기 매출 3조7688억원, 영업이익 2038억원으로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당초 하반기에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뒤집고 반등 시점을 앞당겼다. AMPC 1077억원이 반영됐지만 이를 제외해도 영업이익 961억원을 기록, 본업 경쟁력을 입증했다.
SK온은 매출 2조9460억원, 영업이익 8218억원으로 분사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 출범 이후 흑자를 낸 것은 두 번째지만, 이전 흑자가 241억원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아시아 판매 증가와 AMPC 확대, 고객사 보상금 유입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다만 회사는 장기 공급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고객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등 일회성 요인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 반등의 공통 분모는 ESS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전력 공급 안정성을 위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ESS 출하가 전 분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지난 5월과 6월 미국 GM 합작 2공장과 혼다 합작법인에서 ESS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했으며, 연말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50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ESS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백업유닛(BBU)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UPS와 BBU는 정전 등 비상 상황에서 서버에 즉시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다. 삼성SDI는 이 시장에서 과반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관련 매출이 지난해보다 7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0월에는 미국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도 돌입한다.
SK온은 체질 개선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2분기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종료 절차를 마치고 미국 테네시 단독 공장 체제로 전환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연간 감가상각비 3000억원과 이자비용 2000억원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이어진 고유가로 유럽 전기차 수요가 살아난 데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ESS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어서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헝가리와 폴란드에 생산거점을 둔 국내 업체들에는 호재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회복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배터리 산업이 캐즘을 지나 새로운 성장 사이클에 진입하는 초입"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