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진술서]①현대그룹-쉰들러, '난타전' 까닭은?

현대그룹과 쉰들러 홀딩AG(이하 쉰들러)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싸움은 법정에 이어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다.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양쪽이 싸우는 이유는 하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이다.

지난달 27일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진은 더 이상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마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날은 현대엘리베이터가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한 날이다. 쉰들러는 현대그룹(40.1%)에 이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30.9%)로, 양측은 몇 년 전까지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밑 빠진 독’ 현대상선 탓이다.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지분싸움에서 밀렸던 현대그룹은 사모펀드 등과 스왑·옵션 계약을 체결해 우호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방어했다. 하지만 파생상품 손실이 부메랑이 됐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총 18차례 파생상품에 가입했다”며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 그 손실을 현대엘리베이터가 100% 현금으로 보상해야 하는 불공정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이후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710억원으로 추정된다. 평가손실은 4291억원에 이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3분기까지 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과도한 금용비용 탓에 168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그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일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라고 반박했다. 이어 “현대상선의 경영권 유지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라며 “(쉰들러 측 입장은) 현대상선을 포기하든지, 포기하고 싶지 않으면 승강기 사업부를 내놓으라는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쉰들러가 지난 2004년부터 줄곧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사업부를 탐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쉰들러에게 넘어가는 것은 “모두의 불행”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양측은 법정 다툼도 벌였다. 지난해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회계장부·이사회 의사록 열람신청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올해는 신주발행금지가처분도 냈다. 법원은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쉰들러의 요구는 모두 기각됐다.

 

법정에서는 현대그룹이 이겼지만, 주변 환경은 현대그룹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산별연맹인 전국정보경제서비스 노동조합연맹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현대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계열사를 불법적으로 동원했다는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쉰들러가 공격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현대그룹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이 900%에 육박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안을 내놓으라는 채권단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