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의 보통결의시 의결정족수는 출석의결권의 과반수,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섀도보팅 폐지 대안으로 전자투표제도와 전자위임장 제도 등이 제안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감사선임 시 적용되는 의결권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도 있지만 당국의 의지는 완강하다.
◇ 기업들 "의결권 제한 풀어야"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 6일 주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총회 발전방안' 국제 심포지엄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섀도보팅 제도 폐지로 특히 내년 기업들의 감사 선임 등에서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내년 섀도보팅 폐지 시 정족수 미달을 우려해 미리 감사와 감사위원을 재선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출석과 이들의 과반수 이상의 표가 필요하다.
감사 선임에는 한가지 제약조항이 더 붙는다. 발행주식총수의 3%를 넘는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3%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대주주의 경우 본인과 본인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포함해 3%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감사선임시에는 대주주 외에 나머지 주주들의 참석이 훨씬 더 필요해지는 셈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경제계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섀도 보팅 폐지로 내년 주총 의결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총 활성화를 위해 주주 참석을 촉진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게 중요하다"며 "섀도보팅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3% 의결권 제한을 풀어주는 등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섀도보팅제 폐지 유예 필요성 및 관련 쟁점 고찰' 보고서에서 섀도보팅제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폐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2년간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한국기업지배구조원·한국예탁결제원 국제 심포지엄 |
◇ 금융당국 "전자투표 유인 높이면 돼"
금융당국은 `섀도보팅 폐지`를 예정대로 시행할 태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섀도보팅 제도 폐지는 소수 경영진과 대주주에 의해 주주의 진의가 왜곡될 수 있는 우려를 해소하고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전자위임장 교부를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국장은 "섀도보팅제 폐지에 대해 우려가 많지만 기업들이 전자투표제 등에 대한 참여유인을 제공하면 충분히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셰도보팅 폐지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의결권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 기관 `의결권 강화` 가능할까?
패널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여건이 의결권 강화를 하기에 현실적으로 제약 요건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국내 기업 중 90%가 가족기업이다며 승계 등을 감안해 경영권 양분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주주행동주의에 나설 기관투자가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가족기업 행태처럼 사회 구조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단기 모멘텀에 치우치면서 주총 참여나 의결권 행사비율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최근 2년새 이익모멘텀이 줄어들고 장기 성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장기 주주가 늘어나고 시장변동성이 낮아지면서 의결권 행사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상훈 KDI공공투자관리센터 변호사은 "국내에서는 지배주주 외에 나머지 주주들은 투표를 해도 영향력이 없고 소유와 의결권에 대한 괴리가 컸다"며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은 기관투자가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현철 금융위 국장은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외국과 달리 회사 주인이라는 의식이 부족하고 경영전략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인의식이 없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