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로봇이 나만을 위한 맞춤 주식 투자를 대신 해준다면 어떨까.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라온 종목 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매수·매도 타이밍을 기막히게 잡아낸다면 말이다. 스스로 매매를 체결하면서 자금을 굴리고 따박따박 높은 수익률까지 안겨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요즘 핀테크(fintech)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이러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다.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개인 투자자가 이용할 단계는 아니다. 고액인데다 기업용이 대부분이며 일부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고 있어서다.
일반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로봇은 없을까. 흥미롭게도 증권·경제정보 사이트로 유명한 씽크풀(Thinkpool)이 대중을 위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씽크풀은 최근 소프트웨어(SW)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핀테크 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야심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어떻게 사업 혁신을 일궜을까. 김동진 씽크풀 대표는 '소액 투자자에게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려는 회사 설립 가치'가 기술 진화의 원동력이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1994년에 케이티피란 사명으로 설립(2000년에 사명 변경)한 씽크풀은 인터넷의 보급에 맞춰 증시 정보의 대중화를 위해 11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출자한 회사다.
1986년에 한국은행에 입사해 조사역 활동을 해온 김 대표 역시 그중 하나다. 김 대표는 한국은행 입사 이듬해인 1987년 10월 미국에서 '블랙먼데이'가 터진 것을 계기로 주식 투자의 과학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과학적 투자를 위한 데이터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온라인 증권 경제정보 사이트 씽크풀 설립으로 이어졌고 다음 단계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로 옮겨졌다"라며 "주식 투자를 과학적으로 하자는 생각이 결국 AI 개발의 발단이 됐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주식 투자에서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식이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를 판단하기 위한 믿을 수 있는 근거는 데이터 밖에 없다"라며 "투자 리스크가 적으면서도 수익은 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 가운데 70~80%가 과학적 데이터라면 나머지가 내부 정보 등 미숙하고 헛도는 루머"라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기반해 충분히 수익을 낸다면 이를 사업모델로 구현해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씽크풀이 지난 10여년간 연구를 통해 만든 인공지능 로봇 '라씨(RASSI : Robot Assembly System on Stock Investment)'는 R1~R4 총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R1은 다트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로봇 기자다. 현재 몇몇 언론사 사이트를 통해 '증시분석 전문기자 로봇' 등의 필명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R2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역할을 한다. R3는 투자자에게 최적화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어드바이저), R4는 자동 주문을 담당(트레이더)한다.
김 대표는 "100만명의 일반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로봇 비서를 붙여준다는 목표로 라씨 기술 고도화를 하고 있다"라며 "올해말에 1차적으로 서비스하고 내년 말에 완성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존 로보어드바이저는 종목 추천에 머물러 있으나 라씨는 주식 투자와 관련한 모든 것을 자동화한 로봇 시스템"이라며 "현재 주문과 관련한 기술을 더욱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라씨 같은 로봇 투자가 활성화하면 증시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로봇 투자가 대중화되면 투자자들이 비과학적인 루머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씽크풀이 추구하는 것은 일반인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맞춤형 투자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씽크풀은 지난해 정부의 빅데이터 과제 주관사로 선정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서울대학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T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빅데이터 기반 금융과 바이오·헬스 두 가지가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데 그 가운데 한 분야의 주관사로 선정되어 놀랐다"라며 "씽크풀의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인데 주요 연구기관들과 함께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