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한 CJ CGV가 최근 유상증자 신주를 얼마에 판매할 것인지 확정하고,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 청약에 들어갔어요.
▷관련공시: CJ GGV 9월 4일 유상증자신주발행가액(안내공시)
앞서 CJ CGV(이하 CGV) 유상증자 관련 주요 내용들을 '[공시줍줍]CJ도 팔 가능성 있는 'CGV 신주인수권'의 거의 모든 것' 기사로 살펴봤었는데요. 이번에는 CGV 유상증자 청약진행 과정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는 신주발행가격의 의미와 향후 CGV주가 방향을 짚어 볼게요.
신주발행가 5560원…어떻게 나왔을까
CGV는 지난 4일 유상증자 신주발행가격을 1주당 556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어요. 주말 기준 CGV에서 상영하는 2D영화표 값이 1만5000원이니 영화표 1장 값에 약간의 웃돈을 얹으면 CGV가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하는 주식 3주를 받을 수 있는 것이죠.
특히 CGV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 제시한 예정발행가격(7630원)보다 약 27% 낮아진 가격인데요. 이처럼 신주발행가격이 7630원에서 5000원대로 내려간 건 유상증자 발표 이후 CGV 주가가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유상증자 신주발행가격은 총 4단계를 거쳐 결정하는데요. 1단계는 지난 6월 유상증자를 처음 발표할 당시 발표한 예정발행가격(7630원). 이는 유상증자를 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한 날의 전날(6월 19일)을 기준일로 잡고 1개월, 1주일, 기준일의 가중산술평균값을 구해서 나온 가격이에요.
2단계는 신주배정기준일(유상증자 청약 참여가 가능한 신주인수권을 배정받는 주주명부 확정일) 3일 전(7월 26일)을 기준일로 잡고 1개월, 1주일, 기준일 가중산술평균값을 구한 가격인데요. 유상증자 발표 이후 CGV주가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1차 발행가격도 5890원으로 내려왔어요.
3단계는 2차 발행가격을 정하는 순서예요. 2차 발행가격은 주주 청약일 3일 전(9월 1일)을 기준일로 잡아 1주일, 기준일 가중산술평균값으로 구하는 방식. 1차 발행가격을 정한 이후에도 CGV주가가 내려가면서 2차 발행가격을 5560원으로 정했어요.
마지막 4단계는 1차 발행가격과 2차 발행가격 중 낮은 가격을 최종 확정발행가격으로 정하는 순서예요. 1차, 2차 발행가격을 모두 계산한 결과 2차 발행가격이 더 낮게 나왔죠. 따라서 5560원이 CGV유상증자의 확정 발행가격이 된 것이에요.
참고로 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찍어내 판매할 때는 시장에서 거래하는 가격보다 대체로 낮은 가격을 책정해요. 시장거래가격과 유상증자 신주 가격이 동일하다면, 주주들 입장에선 굳이 번거롭게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CGV가 정한 예정발행가격, 1차 발행가격, 2차 발행가격 모두 기준주가 대비 25%의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이에요. '99.4%→29.5%→3.6%'.. 청약경쟁률 이번에는?
신주발행가격을 확정한 CGV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기존주주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데요.
앞서 CGV가 진행한 유상증자 및 공모 전환사채 청약률을 보면 그동안의 투자심리를 파악해 볼 수 있어요.
CGV는 지난 2020년 5월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어요. 이때도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내려가면서 예정발행가격(1만7250원)보다 낮은 1만5850원에 확정발행가격을 정했죠.
다만 이때 주가는 꾸준히 신주발행가격 이상을 유지했어요. 당시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회사가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뿐, 코로나19 문제만 없어지면 사람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죠.
당시 주주의 유상증자 청약률은 99.43%. 대부분의 CGV 주주들이 청약을 통해 신주를 배정받았는데요. 이후 남은 신주물량 7만9091주를 놓고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률은 무려 922.12%를 기록했어요. 그만큼 CGV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는 이야기죠.
이후 CGV는 2021년 5월 3000억원 규모의 공모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앞선 유상증자와 달리 주주 청약률은 29.55%에 그쳤어요.
물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단순 비교하긴 어려워요. 유상증자는 회사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 증자비율만큼 주식을 나눠주고 만약 청약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주식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청약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전환사채는 일단 채권에 투자한 후 주가추이를 본 뒤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고, 따라서 당장 보유주식 가치 하락과 연결되진 않는 만큼 청약률이 다소 떨어질 수 있어요.
다만 전환사채 청약률에서 CGV주주들의 심리변화를 읽을 수 있는데요. CGV는 다시 2022년 7월 4000억원 규모의 공모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때 기존주주들의 청약률은 3.64%를 기록했어요. 앞서 진행한 3000억원 규모의 공모전환사채 청약률(29.55%)도 낮았지만, 이보다 더 떨어지는 수준을 기록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또 다시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만큼 주주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요.
CGV가 6~7일 이틀간 진행하는 주주 청약을 통해 유상증자 신주물량이 대부분 팔린다면, 적어도 유상증자가 시장의 수급상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여요.
하지만 상당수의 기존주주들이 유상증자 청약에 불참한다면 실권주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이 물량(실권주)은 11일~12일까지 이틀 동안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해요. 이때는 CGV주주가 아니어도 5560원에 CGV주식을 살 수 있는 만큼 굳이 7000원을 주고 주식시장에서 CGV를 사려는 수요를 적게 만들 수도 있겠죠.
CGV유상증자, 낙관론도 있다
이번 CGV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럿 있어요.
먼저 CGV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우리사주조합 사전청약률이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점인데요. 우리사주조합 청약일도 기존주주와 똑같이 6일이지만, 회사가 미리 임직원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건데요. 그 결과 청약률이 90.2%로 나왔어요.
또한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두번의 공모 전환사채와는 달리 유상증자는 기존주주들이 증자비율만큼 신주배정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주식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단 청약을 통해 저렴하게 CGV주식을 확보하려할 가능성도 있어요.
일부 증권사도 CGV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지난달 29일 대신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이번 유상증자 및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받는 현물출자로 자본을 확충하면 재무구조 개선 및 향후 극장운영 첨단화 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어요.
한편 CGV 유상증자는 기존주주 청약과 일반투자자 실권주 청약까지 거치고도 남은 물량은 이번 유상증자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잔액인수 방식에 따라 모두 사갈 예정이에요. 따라서 CGV는 비록 신주발행가격이 낮아져 애초 확보하려던 계획(5700억원)보다는 적어졌지만, 현금(4153억원)을 손에 쥘 수 있어요.
참고로 이번 유상증자로 CGV가 확보하는 4153억원의 현금 중 60%(2500억원)는 고스란히 증권사 수중에 다시 들어갈 돈이에요. 지난 2020년, 2021년에 CGV가 발행한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3개 채무증권에 투자한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한 자금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또 대신증권이 리포트를 통해 언급한 극장운영 첨단화를 위한 시설자금에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4153억원 중 1000억원의 현금만 들어간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