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해외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판매자인 증권사들과 상품을 설계한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안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이중과세 피해자도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관련 상품은 세법개정 전과 동일하게 안내하고 판매되고 있다. 사실상 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미 가입했거나, 가입하려는 고객들의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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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효과, 절세 사라지고 이중과세가 나타났다
지난 1월 1일부터 세법이 바뀌면서 해외주식형펀드를 개인연금계좌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운용할 경우 이중과세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연금계좌에서 국내 상장된 미국ETF에 투자해 배당을 받는 경우, 미국에서 15% 배당소득세를 떼고 배당을 받은 후 연금을 찾을 때 다시 3~5%의 연금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종전에는 연금계좌에서 투자하면 배당소득세 과세가 이연되고, 연금을 찾을 때 연금소득세만 부과됐다. 하지만 이젠 배당소득세가 과세되는 것은 물론 같은 소득에 대해 연금소득세까지 물어야 하는 것이다.
ISA에서 투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배당소득세가 과세이연되고, 인출할 때 9.9%로 저율과세해야하지만 개정된 법으로는 배당소득세도 내고 이후 9.9%로 세금을 또 부담해야 한다.
과세이연에 따른 복리효과도 사라지고, 세금도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이중과세 문제를 인지하고 대안을 찾고 있지만, 당장은 해결이 쉽지 않다. 올초 ISA에 대해서만 7월로 시행이 미뤄졌을 뿐, 연금계좌와 IRP부분은 올 1월부터 법이 시행되고 있어서 실질적인 피해자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 가입 후에 퇴직하고, 올해 1월에 배당받고 인출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이중과세는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절세계좌로만 홍보되는 이중과세계좌
하지만 연금계좌, IRP와 ISA계좌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이 부분에 대한 고객안내를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
7일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홈페이지나 어플에서는 해외주식형펀드의 이중과세문제에 대한 안내를 찾기 어렵다.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어디에서도 이중과세문제를 공식 안내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증권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사 홈페이지에서는 오히려 법개정 이전과 같은 내용의 절세상품이라는 홍보만 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해외주식형ETF를 판매하는 자산운용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절세계좌에서 운영할 때, 문제점에 대한 공지는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산운용사들은 절세계좌에서 운영하면 좋은 ETF로 해외주식형ETF를 여전히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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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문의 쏟아지는데 "정책결정이 우선"
업계에서도 이미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고객안내보다는 정부의 정책결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개선대책을 찾고 있는 과정인데 증권사는 정책결정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 확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안내가 나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고객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문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설명해드리고 있지만, 앞으로의 방향성은 알수 없기 때문에 공식안내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가 정부 결정만 기다리는 사이 고객들의 혼란은 늘고 있다.
직장인 최모씨는 "연말정산 세제혜택이 크고, ETF로 미국주식에 간접투자하면서 추가로 절세가 가능하다고 해서 작년 12월에 IRP에 가입했는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절세혜택이 사라졌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법이 바뀌는 정도면 작년에 그렇게 홍보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냐"고 분을 토했다.
실제로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은 연말이 되면 절세계좌 가입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를 쏟아내는데, 법이 바뀌기 직전인 작년 연말에도 해외주식형상품에 대한 과세문제 안내는 전혀 되지 않았다.
노후준비를 위해 연금계좌 가입을 준비하던 직장인 김모씨는 "해외주식형 ETF를 운영하려고 증권사에서 IRP와 ISA 계좌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이중과세가 된다고 해서 망설이고 있다"며 "증권사에서도 따로 안내가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