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주요 경제 정책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도 여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사 감사를 수행하는 등록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수준을 높이고자 제재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당국 기조에 회계업계에선 중소형 법인들을 중심으로 우려도 나온다. 대형 회계법인과 중소형 회계법인 간 격차를 완화할 병행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계품질 재차 강조하는 당국, 제재 강화 예고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외부감사법상 등록요건 유지 의무를 위반한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인 등록제가 시행된 지 몇 년이 지난 만큼 제재의 실효성과 보완 필요성을 점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의는 지난달 31일 회계의날 행사에서 금융당국이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감사품질 제고를 당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감사인 등록제는 2018년 신(新)외감법 시행과 함께 도입했다. 금융위가 요구하는 등록요건을 충족한 회계법인만이 지정감사와 상장사 외부감사 가능하다. 등록 요건은 △공인회계사 40인 이상 △규모에 비례한 품질관리 인력 확보 △통합품질관리체계 구축 △감사보고서 심리체계 마련 △성과평가 시 품질평가지표 반영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문턱으로 꼽히는 것이 통합품질관리체계다. 회계법인들은 파트너 회계사들이 독립채산제로 각자 영업과 경영을 담당하는 구조여서 인사·자금·내부통제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통합품질관리체계를 완비한 회계법인은 많지 않다. 금감원이 지난 6월 공지한 회계법인 개선권고사항에 따르면 다수 회계법인이 품질관리 리더십 부재를 지적받았다. 한 회계법인은 자금통합관리가 미비해 임직원 매출채권 횡령을 장기간 인지하지 못했다. 다른 회계법인은 소속 회계사의 특수관계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출근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급여를 지급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이 법인은 지정감사 배정안을 대표이사 등 일부 경영진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승인받는 등 운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위는 품질관리가 부실한 회계법인에 대해 개선을 권고하거나 지정제외 점수를 부과하는 등 조치를 내린다. 지정제외 점수는 일종의 벌점으로 이 점수를 많이 받을수록 지정감사 배정에 불리해진다. 현행제도 상 등록 취소도 가능하지만 품질관리 미흡을 이유로 퇴출 사례는 아직 없다.'자진 취소할까'…셈법 복잡해진 중소형
그러나 이제부터 보다 강한 제재를 내리겠다는 방침이 나오면서 중소형 회계법인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등록 취소' 카드가 현실화 될 경우 1호 퇴출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인력 40명 내외의 소형 회계법인은 등록요건에 있는 통합품질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에 비해 지정감사에서 얻는 수익이 낮아 등록 취소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진일회계법인과 세일원회계법인이 합병해 태일회계법인으로 출범했으며, 올해는 성현회계법인이 보현회계법인의 감사부문을 흡수했다.
업계에선 감독 강화와 함께 중소 회계법인의 역량을 키울 유인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질관리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회계법인이 불리한 구조 속에서 감사 배정이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중견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시장을 잠식하다보면 용역이 일정 회사로만 쏠려 감사 독립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견 회계법인 대표는 "전방위적으로 감사 품질을 높이려면 제재와 지원이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회계사 채용 문제가 심각한데, 중견 회계법인이 성장할 기회를 줘야 채용 여력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같은 규모의 회계법인이라면 품질관리를 더 잘한 법인에 가점을 줄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정교화하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품질이 우수한 회계법인에는 인센티브, 미흡한 곳에는 패널티를 줘 격차를 뒀으면 한다"며 "감사품질 평가가 행정편의주의로 운영되지 않도록 평가 기준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