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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텍 자금조달]②'가족회사 리스크' 결국 BW로…주주에 또 손벌리는 지주사

  • 2025.12.31(수) 09:00

유증 이어 공모 BW…4개월 만에 또 주주 대상 자금 조달
오너2세 계열 에프디시스 재무 부담, 수년째 계열사 지원
오텍, 사모 투자유치도 시도했지만 공모 발행으로 결정

코스닥 상장 특수목적차량 제조업체 오텍이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자금조달의 목적을 자회사 씨알케이(CRK, 옛 오텍캐리어냉장)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역량 확대라고 설명했지만, 자본시장에서는 그동안 그룹 내부에 누적돼 온 재무 부담을 더 이상 계열사 선에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지주사격인 오텍이 직접 공모 시장에 나선 결과로 보고 있다.

그 부담의 출발점으로는 오너 2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사 에프디시스가 지목된다. 오텍은 에프디시스의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2016년 이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사모사채를 반복적으로 발행해 왔다. 이렇게 SPC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에프디시스의 상환우선주(RPS) 인수에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상장사 오텍이 신용 보강을 제공하며 실질적인 책임을 떠안았고, 누적된 부담이 결국 이번 공모 BW 발행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오텍은 최근 13회차 공모 BW 발행을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BW는 표면금리와 만기보장수익률이 모두 연 4%로 동일하다. 만기는 5년 후인 2031년 1월 12일이다.

회사는 이번 BW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모두 자회사 씨알케이에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씨알케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사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자금 조달을 단순한 사업 역량 강화로 해석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불과 수개월 사이 유사한 명분의 자금 조달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텍은 지난 8월에도 씨알케이 지원을 이유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공모시장에 손을 내민 것이다.

오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목적./사진=오텍 IR자료

에프디시스 위해…‘빚 돌려막기’로 버텨온 9년

오텍이 씨알케이의 재무 개선을 위해 주주배정 유증과 공모 BW 발행을 연이어 추진하게 된 배경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너 일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계열사 에프디시스(당시 한국터치스크린)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0이 필요해진 시기다.

오텍그룹의 에프디시스 지원은 해당 회사가 발행한 상환우선주(RPS)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오텍은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대신 특수목적법인(SPC) 에이티디비제일차에이티디비제이차를 설립해 200억원 규모의 2년물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이들 SPC가 에프디시스의 RPS 12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로써 에프디시스는 자본잠식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오텍, 오텍케리어의 신용보강으로 SPC(에이티디비제일차, 에이티디비제이차)가 사모사채를 발행, 그 자금으로 에프디시스의 RPS를 인수하는 흐름.

이 거래는 상장사 오텍의 신용 보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오텍은 사모사채에 대해 채무인수약정을 제공했고, 오텍캐리어 역시 사채권매입확약을 통해 사실상 지급 보증에 나섰다. 자본잠식 상태인 에프디시스를 위해 그룹 핵심 계열사의 신용을 끌어다 쓴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프디시스의 실적 회복이 지연되면서 SPC 사모사채는 만기마다 차환이 필요했다. 에프디시스가 RPS를 상환하지 못하면 SPC 역시 사모사채를 상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존 SPC의 상환을 위해 새로운 SPC를 세워 다시 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만든 SPC만 8곳에 달했다.

두 번째 RPS 투자는 이런 차환 구조가 누적된 이후 이뤄졌다. 2023년 이후 상환 부담이 씨알케이로 이전되면서 씨알케이는 오텍의 자금보충약정과 오텍캐리어의 채무인수약정을 조건으로 금융기관에서 200억원을 차입했고, 이듬해에는 또 다른 SPC를 통해 25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해 기존 채무를 정리했다. 이때 오텍과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 오텍캐리어가 후순위 투자자로 100억원을 투입하며 내부 자금까지 동원됐다.

이때 씨알케이가 확보한 자금이 에프디시스에 들어갔다. 씨알케이는 차입금 상환 후 남은 50억원에 자체 자금 30억원을 더해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 80억원을 매입했고, 해당 SPC는 이 자금으로 다시 에프디시스가 발행한 80억원 규모의 RPS를 인수했다. 기존 RPS 상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프디시스에 대한 RPS 투자가 두 차례에 걸쳐 반복된 셈이다.

'자본잠식 늪' 빠진 에프디시스, 상장사 부담으로 전가

일련의 자금거래와 지원은 근본적으로 에프디시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프디시스는 2020년부터 매년 적자가 반복되며 결손금이 쌓였고, 급기야 2023년에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처하게 됐다.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만 상환이 가능한 RPS 특성상 실적 부진은 곧 상환 여력의 제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에프디시스는 지분 구조상 오텍과 직접적인 종속 관계에 있지는 않다. 에프디시스의 최대주주는 강성희 오텍 회장의 장남 강신욱 전무와 차남 강신형 상무가 지배하는 가족회사 SH글로발(50.3%)이다. 오텍도 2대주주로서 13.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분율이나 의결권 구조상 경영을 지배하는 위치는 아니다. 연결 재무제표상 오텍의 종속회사로 분류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관계사로 분류된다.

SH글로발 최대주주는 강신욱(40%)과 강신형(40%)이며, SH글로발이 에프디시스를 종속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분 구조와 달리 수익 구조는 분리돼 있지 않다. 에프디시스의 매출 대부분은 오텍캐리어에서 발생하고 있어 수익 구조상으로는 그룹 의존도가 절대적인 수준이다. 실제 오텍캐리어의 실적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2016~2019년에는 에프디시스도 연간 20억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오텍캐리어의 사업 환경이 악화되며 적자가 이어지자 에프디시스의 수익성도 빠르게 둔화됐다.

결국 이번 공모 BW 발행은 표면적으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에프디시스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누적돼 온 재무 부담이 그룹 차원에서 외부로 드러난 사례로 해석된다. 계열사 지원이 반복되며 그룹 내부에서 흡수해오던 부담이 한계에 이르자 지주사인 오텍이 직접 공모 시장을 두들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오텍은 공모 BW 발행에 앞서 다양한 방식의 자금 조달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텍은 올해 하반기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포함한 복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나,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 방식의 메자닌 발행도 검토됐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관계사 재무 부담을 감당하기 위한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되면서 공모 시장을 통한 BW 발행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텍 관계자는 "사모 BW로 발행을 추진하기엔 전환사채(CB)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최근 발행 사례가 없었다"며 "공모 BW의 경우 분리형으로 발행이 가능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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