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당국이 연이어 시장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중동발 충격이 유가 상승 등 실물경제를 거쳐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시장 내 잠재 리스크와 취약 부문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오전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연구기관, 금융시장 전문가 등이 참석한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최근 중동 상황으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주요국 대비 확대되는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이번 중동 상황이 과거와 달리 전개 양상을 예단하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교란 가능성도 높은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이 위원장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단기적인 시장 안정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많이 진전된 점을 감안해 종래의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리스크 요인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상황을 금융시장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 금융시장 체질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가 상승 등 실물 충격이 금융시장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확대 등 금융시스템 구조 변화 속 잠재 리스크 요인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됐다. 회의에는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과 김남종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비롯해 이혁준 NICE신용평가 본부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여삼 메리츠증권 선임연구위원, 박석길 JP모건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중동발 대외 충격이 자본시장의 질적 구조 전환이 진행되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으로의 머니 무브, ETF와 퇴직연금 등 새로운 증시 수급 주체의 등장은 증시 활력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자금 쏠림을 가속화해 대외 충격 발생시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외 리스크가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예상치 못한 경로로 확산할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가 상승 등 공급 충격에 따른 금리 물가 환율 상승 등 ‘3중고’가 금융 부문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 위원장은 중동 상황 확산과 장기화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외부충격에 우선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취약 금융업권과 고위험 금융상품 등 금융시장 내 '약한 고리'를 식별하는 리스크 분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투자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부문별 대응 계획을 재점검하고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는 시장 안정 방안을 선제적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중동상황 전개 양상에 따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위험이 부각될 수 있는 만큼 향후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금융회사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리스크 요인을 실시간 공유하고, 시장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시장안정·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10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스위스 바젤 출장 중 화상 임원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동 상황 비상 대응 TF'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에 대응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금융시장·산업 리스크 요인과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과 함께 현재 채권시장·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회사채와 CP를 적극적으로 매입 중인 '100조원+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시장상황에 따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