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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품격]"언맷니즈를 채워라"…쿼드, 롱숏부터 바이오·행동주의까지

  • 2026.06.02(화) 07:30

독립계 자산운용사 인터뷰③ 황호성 쿼드자산운용 대표
"시장에 필요하지만 아무도 안 했다"…언맷니즈 공략 전략
해외국부펀드 선택받은 투자철학…자본효율 강조 행동주의

쿼드자산운용 황호성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쿼드자산운용은 한국 시장에 없던 롱숏 전략을 도입했고, 일찍부터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인력을 꾸렸다. 최근에는 한국단자공업·한국토지신탁 등을 상대로 인게이지먼트(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관여활동)에도 나섰고, 자산운용사와 벤처캐피탈(VC) 라이선스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접점이 크지 않은 전략들이지만 쿼드 내부에서는 하나의 원칙으로 연결된다. 시장에 필요하지만 공급은 부족한 영역, 이른바 '언맷니즈(unmet needs)'를 채우는 것이다.

황호성 쿼드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에서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며 "언맷니즈를 자산운용사로서 해결하는 것이 쿼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시장에 필요하지만 없었다"…롱숏부터 바이오·VC까지

쿼드자산운용(당시 쿼드투자자문)은 2010년 설립됐다. 당시 공동 창업자인 김정우 전 대표와 황호성 대표가 의기투합한 결과다.

쿼드자산운용의 출발은 '롱숏 전략(2014년 10월)'이다.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우량 증권을 선별해 매수(롱포지션)하고, 고평가되거나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증권은 차입을 통해 매도(숏포지션)하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지금은 국내 시장에서도 익숙한 전략이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상품이었다.

황 대표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는 롱숏 전략이 일반적이었지만 한국에는 없었던 상황"이라며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는 있었지만 공급이 부족했다. 부족한 공급을 채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상품은 쿼드 코리아 앱솔루트 롱숏 1호다.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역시 같은 흐름이다. 산업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전문적인 분석 역량을 갖춘 운용사는 많지 않았다고 판단한 쿼드자산운용은 2013년 미생물학과 바이러스학을 전공한 김종문 전 운용본부 상무를 영입했다. 지금도 헬스케어 분야에 상장 3명, 비상장 4명 등 총 7명의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 대형 금융투자회사도 쉽지 않은 인적 투자다.

황 대표는 "국내 바이오와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 분야는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바이오와 헬스케어 산업 투자에 두각을 나타내려면 뛰어난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인적 투자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리아헬스케어 펀드의 성과는 현재 코스피보다 좋지 않지만,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탈(VC) 사업도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쿼드는 자산운용사이면서 동시에 VC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비상장을 구분하기보다 결국 '기업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본업이지만, 상장 주식에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쿼드자산운용 황호성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미래 문제 해결할 기업 찾는다"…국부펀드도 주목

쿼드의 투자 기준은 단순하다. 경영진과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단기 업황보다 현재 역량으로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본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레이저 장비 업체 이오테크닉스가 대표 사례다. 황 대표는 "이오테크닉스는 독자적인 레이저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미세공정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10년 가까이 주가가 횡보했지만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이 시장에서 평가받을 것으로 생각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오테크닉스 주가는 10년 가까이 10만원 전후에서 머물렀지만 최근(지난 26일 종가 기준) 54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무려 5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업황 사이클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는 회사는 걸러낸다는 원칙도 있다. 황 대표는 "평범한 기술과 경영진이 업황 사이클을 만나 좋아지는 회사를 걸러내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며 "현재의 능력으로 미래 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철학은 해외 장기 자금 유치로도 이어졌다. 쿼드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등 외국계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펀드들은 자금마다 목적이 뚜렷하다. 가령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자금,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자금, 한 국가의 성장성에 투자하는 자금 등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외국계 펀드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단순 투자하려면 코스피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면 된다"며 "반면 한국 장기 성장주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운용하려면 '철학'과 '원칙'이 있는 운용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쿼드자산운용이 한국의 장기 성장주에 투자한다는 철학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동주의 아닌 '자본 효율'…한국단자 구조개선, 한국토지신탁은 미완

쿼드의 인게이지먼트 전략도 같은 흐름이다. 황 대표는 "인게이지먼트의 목적은 한국 주식시장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현금이 많음에도 저배당을 하거나, 지배구조 문제로 상장사가 벌어야 할 돈이 다른 곳으로 새는 기업이 주요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의 역할은 결국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표 사례는 한국단자공업이다. 쿼드는 2025년 1월 공개 주주서한에서 한국단자에 케이티인터내쇼날과의 합병을 통한 중장기 거버넌스 개선, 장기 주주환원율 50% 확대, 주주 소통 확대를 요구했다.

당시 한국단자 보통주 28만7583주, 지분 2.76%를 보유하던 쿼드는 "케이티인터내쇼날은 한국단자공업 제품을 유통하는 회사로, 상품 매입의 86%가 한국단자공업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한다"며 "소액주주가 최대주주 대비 비례적인 이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티인터내쇼날은 이원준 대표의 개인 회사로,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목됐다.

결국 회사는 변화를 택했다. 한국단자는 2025년 2월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2024~2026년 연결 당기순이익의 30%를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소각 등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 4월에는 케이티인터내쇼날 사업부문을 분리한 신설법인 '케이티인터내쇼날' 지분 100%를 약 383억원에 인수하기로 공시했다.

한국토지신탁에도 인게이지먼트 활동을 했다. 쿼드는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이 주주가치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쿼드자산운용은 "자사주는 소각하면 주주환원 효과가 있지만, EB 발행은 주식 수를 늘려 주당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토지신탁은 결국 EB 발행을 밀어붙였다. 

결국 쿼드의 전략은 단순하다.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영역보다 필요하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곳을 찾고, 그 빈틈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리서치와 인게이지먼트로 메우는 것이다.

쿼드자산운용의 이름 '쿼드(QUAD)'는 '네모'를 의미한다. 황 대표는 “네모는 반듯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사각형처럼 반듯하고 올바른 회사가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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