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나란히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영풍은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정화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고려아연은 투자자산과 해외 종속회사 관련 손실을 적게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풍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들도 감사절차 소홀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10일 제11차 회의를 열고 영풍과 고려아연, 한결엘에스에 대해 감사인지정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먼저 영풍은 석포제련소 관련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포제련소의 토양·지하수 오염 정화 비용 반영 문제는 그동안 영풍을 둘러싼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증선위에 따르면 영풍은 제련소 주변지역의 오염토양 정화명령과 관련해 법적 정화의무가 명확한데도 2021년과 2022년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관련 법규상 허용되지 않은 정화방식을 적용해 충당부채를 적게 잡았다.
제련소 주변 임야와 공장 건축물 하부의 오염토양 정화 비용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지하수 정화 비용 역시 향후 발생할 비용의 최선 추정치를 반영하지 않고 정화업체와 체결한 실제 계약금액만 충당부채로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증선위는 영풍에 감사인지정 3년과 시정요구 조치를 내렸다.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해임권고 상당 조치를 의결했다. 담당임원과 전 담당임원에게는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 조치를 결정했다.
영풍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이촌회계법인과 대주회계법인도 제재를 받았다. 증선위는 두 회계법인이 토양·지하수 정화충당부채와 유형자산 손상에 대한 감사절차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2021년과 2022년 감사를 맡았던 이촌회계법인에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30%와 영풍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2년 조치를 내렸다. 2023년과 2024년 감사를 맡았던 대주회계법인에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70%와 영풍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3년 조치를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투자자산과 해외 종속회사 관련 손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아연의 투자자산 손상 여부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계속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금융상품과 관계기업투자의 공정가치 또는 회수가능액이 줄었는데도 평가손실과 손상차손을 적게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과소계상액은 2022년 212억원, 2023년 1393억원이다.
해외 종속회사에 대한 영업권과 종속회사 손상차손도 과소계상했다. 연결 기준 과소계상액은 2022년 1636억원, 2023년 1665억원, 2024년 1898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종속회사와 관련해 발생한 특수관계자 거래 일부도 주석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속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관련 주요 내용을 감사인에게 제공하지 않는 등 외부감사를 방해한 사실도 지적됐다. 투자자산 손실과 손상 여부에 대한 점검을 형식적으로 수행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중요한 취약사항이 발생했다는 판단도 받았다.
증선위는 고려아연에 감사인지정 3년과 시정요구 조치를 내렸다. 담당임원에게는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 조치를 의결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회계처리 적정성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다. 양사는 상대 회사의 재무제표 신뢰도와 회계처리 문제를 각각 제기해왔다. 금융당국이 감리를 거쳐 제재를 확정하면서 양측이 그동안 제기해온 회계 논란이 다시 부각된 만큼 향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추가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와 회사 관계자에 대한 과징금 규모는 추후 금융위에서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