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영풍의 회계 장부에서 들여다볼 부분은 '아픈 손가락'인 석포제련소의 환경부담금 충당 문제다. 지난 2014년 불거진 석포제련소 환경 문제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풍의 속을 썩이고 있다.
쟁점은 영풍이 석포제련소에서 비롯된 주변 환경 정화를 위해 써야 할 돈을 장부에는 적게 적어놨을 가능성이다. 재무 상황의 악화일로 속에서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적절히 반영하지 않고 환경부담 관련 충당금을 고의로 덜 잡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영풍 흔드는 석포제련소
석포제련소와 관련한 환경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후 관계 당국이 점검에 나선 결과 실제 심각한 환경 오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2019년과 2020년 사이 제련소 인근에서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자 관계 부처는 영풍 측에 오염된 땅 및 하천을 정화하라는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영풍은 주변 환경 개선을 위해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환경 관련 충당금을 쌓아오고 있다. 미래에 있을 환경 정화 비용을 회계상 비용과 부채로 미리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609억원 △2021년 806억원 △2022년 1036억원 △2023년 853억 원 △2024년 390억 원 △2025년 1160억원이다. 적립 충당금 중 6년간 실제 환경 개선에 쓰인 금액은 1100억 원가량이며, 현재도 약 3743억 원의 부채가 남아있다.
매년 막대한 환경부담 충당금 적립 부담에 본업 수익성까지 하락하면서 영풍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했다. 충당금을 적립하기 시작한 2020년 영풍의 영업이익은 235억원이었지만 2021년에는 7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2022년 -1078억 원, 2023년 -1424억 원, 2024년 -884억원, 2025년 -277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영풍의 손실이 오롯이 충당금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매년 수백억원 이상을 떼어두는 것이 뼈아픈 부분이란 점은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은 장기간 이어질 전망으로 관계 부처의 환경 정화 및 복구 명령이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충당부채 적립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이 정부가 인증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돼야만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환경 개선에 드는 돈, 어떻게 정했나
영풍의 경우 실제 사용해야 하는 금액보다 충당부채를 일부러 적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회계상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어떤 비용을 미리 부채로 잡아놨는지, 그 규모가 실제 정화 비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리고 이 차이가 재무 상태를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환경부와 국회에 보고된 석포제련소 관련 최소 비용 내역 보고서 등은 영풍이 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가 제기됐던 2024년 기준, 정부가 추산한 최소 환경복원 비용은 2991억원 규모였지만 영풍 측이 장부에 적은 충당부채는 2035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관련 단체들은 영풍이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훼손된 재무 상태를 감추기 위해 고의로 충당금 규모를 줄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부담 충당금 산정 과정에 회사 측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점도 뇌관으로 지목된다. 충당금 규모는 정부의 행정명령을 기반으로 외부 업체로부터 총 사업비 견적을 받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영풍 측이 이를 바탕으로 향후 환경 개선 영역과 단기간 내 집행될 내역 등을 직접 산정해 금액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외부 감사인이나 회계법인이 이 결과를 검증하는 구조다.
영풍이 실제 필요한 비용보다 자의적으로 적게 장부에 반영했다고 금융당국이 결론 내릴 경우, 책임 소재를 가려 회사나 임원진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고려아연을 상대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해온 영풍으로서는,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잃을 경우 지배구조 개선 요구 명분을 상실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영풍은 환경 정화 범위와 이에 따른 구체적인 개선 내용 등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확보하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