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들에게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공시를 개선하고 주주권 행사를 뒷받침할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급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거짓·과장광고 등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한 자정 노력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과 20개 자산운용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와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이석원 신한자산운용 대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길정섭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김기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의결권 행사율 올랐지만 공시는 여전히 '복붙'
금감원에 따르면 공·사모펀드의 의결권 행사율은 2024년 79.6%에서 지난해 91.6%, 올해 91.8%로 상승했다.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도 같은 기간 5.2%에서 6.8%, 8.2%로 높아졌다.
전담조직과 수탁자책임위원회, 성과평가지표(KPI) 등 주주권 행사 체계를 갖춘 공모 자산운용사도 늘었다.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VIP자산운용을 올해 모범사례로 선정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은 전년보다 주주권 행사 체계가 뚜렷하게 개선된 회사로 평가했다.
다만 의결권 행사 사유에 같은 문구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이른바 '복사·붙여넣기'식 공시는 여전히 개선 과제로 지적됐다.
이 원장은 "펀드 의결권 행사와 공시는 운용사가 투자자의 대리인으로서 피투자회사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이행 결과를 보고하는 중요한 창구"라며 "투자자와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정책과 공시 체계를 내실 있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대표로 참석한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업계가 전담 인력과 내부 기준을 보완해왔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담 조직과 수탁자책임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도록 내부 기준과 절차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결권 행사율과 반대율 등 단순 지표만으로 운용사의 수탁자 책임 이행 수준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황 회장은 "수탁자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회사는 그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고 의결권 행사율과 반대율 등 기본적인 지표와 함께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 능력도 반영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는 7~8월 공·사모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와 공시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점검 기준과 미흡·모범 사례를 공유해 운용사의 주주권 행사와 신인의무 이행을 유도할 방침이다.
"거짓·과장광고 등 업계 자정 노력 필요"
이날은 ETF 시장질서와 증시 변동성, 모험자본 공급 등 자본시장 현안도 논의됐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2년 78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97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5월에는 507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원장은 ETF 과장광고 등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업계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는 ETF를 직접 선택하는 과정에서 운용사 광고에 주로 의존한다"며 "운용사의 거짓·과장광고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 모범이 돼야 할 대형 운용사에서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점은 매우 아쉽다"며 광고 제작과 자체 심의 과정에서 정확한 투자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TF 운용 과정에서는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와 함께 괴리율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슷한 구조의 ETF를 잇달아 출시하는 '상품 베끼기' 관행에 대해서도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특정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되고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상품 투자가 빠르게 늘어난 점을 시장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짧은 기간 시장이 빠르게 오른 뒤 조정과 하락이 나타나며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며 "시장 활력이 일시적인 열기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찬진 원장은 자산운용사가 유망기업을 분석하고 발굴해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가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서 유망기업에 투자자금을 공급하고 성장의 과실을 투자자에게 분배함으로써 생산적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