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사업자 CJ CGV가 올 하반기 들어 크고 작은 규모의 자금 수혈을 받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재무 성적이 나빠지는데다 4년 전 터키 극장 사업자 인수 당시 외부에서 조달한 거액의 자금 상환 기일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CJ CGV는 외부 자금 유치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공연과 e스포츠 등 새로운 콘텐츠로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CJ CGV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CJ로부터 신종자본차입 방식으로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키로 결의했다.
만기는 30년으로 오는 2050년까지나 CJ CGV 선택에 따라 상환을 연장할 수 있다. 최초 이자율은 4.55%, 2년 후에는 이보다 2%포인트 오른 6.55%, 3년 후에는 매년 0.5%포인트씩 가산한다.
이와 관련 회사측은 "선제적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적 사업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CJ CGV는 10월에도 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 30년에 연장이 가능하고 이자율은 이번 신종자본차입 조건과 동일하다. 이러한 초장기 영구채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부채 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CJ CGV는 올 하반기 들어 쉼없는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7월에는 2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가 하면 이달에는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여기에 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과 이번 2000억원의 신종자본차입까지 합치면 하반기에만 총 7000억원 가량을 끌어모은 셈이다.
조달자금 가운데 일부는 4년전 터키 영화사업자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데 투입할 예정이다.
CJ CGV는 2016년 해외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터키 1위 극장 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바 있다. CJ CGV가 복수의 공동 투자자들과 함께 총 8000억원을 들여 이 회사를 사들였다.
CJ CGV와 재무적투자자(FI)인 메리츠증권이 손잡고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의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우고 약 6000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CJ E&M과 IMM PE가 약 1000억원씩을 냈다.
CJ CGV는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메리츠증권 등으로부터 2900억원을 빌리며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었다. TRS 계약의 정산 시기는 내년 5월로 CJ CGV가 돌려줘야할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 3500억원 가량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장기화로 영화 관람객이 급감하면서 나빠진 재무실적 개선이 '발등의 불'이다. CJ CGV는 올 3분기 연결 영업손실 968억원을 내면서 올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은 155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70% 감소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2989억원이며 3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1183%로 작년 3분기말(722%) 보다 395%포인트나 올랐다.
올 4분기에는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이를 감안해도 연간으로 34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 적자가 예상된다. 이러한 실적 부진으로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CJ CGV의 단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으며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CJ CGV는 상영관 감축 등 고강도 자구책을 실시하고 새로운 콘텐츠 상영을 통해 위기를 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0월부터 높은 고정비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임차료 인하 추진과 상영관 감축, 탄력 운영제 실시, 비효율 사업에 대한 재검토 등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10월에는 중국과 동남아 통합법인인 CGI홀딩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본금을 5650억원에서 4845억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유명 오페라와 뮤지컬 등의 콘서트 실황을 디지털로 복원해 영화관에서 상영, 클래식 애호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클래식 뿐만 아니라 인기가수 김호중 팬미팅 무비 실황이나 e스포츠 대회 중계 등 새로운 콘텐츠로 관람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실제로 9월에 개봉한 김호중 팬미팅 무비 '그대, 고맙소'는 예매 개시 4시간만에 2만석을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CJ CGV 관계자는 "게임 LOL 결승전을 상영할 때에는 매진에 이를 정도로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라며 "김호중 팬미팅 무비는 관객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일년에 한번도 영화관에 오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는데 그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4DX와 스크린X 등 기술을 이용해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고 즐길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