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흔한 말이 됐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메타버스는 최대 화두가 됐다.
스타트업 '살린'은 메타버스 시장에 일찍 뛰어든 회사 중 하나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서비스를 개발하던 이 회사는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다른 기업의 주문을 받아 플랫폼을 대신 구축해주는 OEM(주문자상표부착)·ODM(제조자개발생산) 사업을 주로 하다가 올해부터 '레디플레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론칭해 기업 입점형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김재현 살린 대표는 최근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시도해보려는 기업은 많지만, 자체 서비스 론칭을 부담스러워하는 회사가 많았다"며 "훨씬 저렴하고 빠르게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입점형 서비스를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디플레이를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며 "입점 기업끼리 연계해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레디플레이에는 숭실대, 아리랑TV, 온오프믹스, 에코마이스 등 기업이 입점해 있다. 김 대표는 "행사나 축제 등 일회성 이벤트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담이나 수업, 보이는 라디오, 방송 등 지속성 있는 서비스를 지원해 이용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메타버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애널리시스(SA)는 지난해 460억달러(약 66조원)였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2800억달러(약 40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메타버스 열풍은 주춤해진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게 된 건 맞지만, 리모트 커뮤니케이션은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며 "코로나 대비 수요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 시장은 계속 커져왔고,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음성회의에서 영상회의로 넘어올 수밖에 없었던 건 화면공유라는 킬러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메타버스에서도 쓰면 좋은데가 아닌 꼭 써야 하는 포인트를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서비스를 내놓은 회사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살린이 주목하는 것도 이 점이다.
김 대표는 "안드로이드나 iOS 같은 모바일을 지원하는 플랫폼은 여러군데가 있지만, PC버전까지 지원하는 플랫폼은 5개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기업 홍보나 마케팅 등에 집중하는 다른 플랫폼과 직접적으로 맞붙기보다는 기업 비즈니스 차원으로 접근해 다른 시장을 개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살린은 최근 몇년 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8년 3억원 수준이던 매출 규모는 매년 2배씩 성장해 2020년 15억원까지 늘었다. 레디플레이 론칭을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작년 역시 전년 대비 1억원 증가한 1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작년 대비 2배 가까이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작년까지는 OEM/ODM 등 B2B 매출이 100%였고 올해는 B2B와 레디플레이 매출 비중이 80대 20 정도"라며 "B2B2C 서비스인 레디플레이 매출 비중을 점차 늘려 내후년쯤 역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레디플레이의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 소프트뱅크에 메타버스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고 조금 더 확대하려는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모든 통신사의 투자가 동결됐다"며 "그 기간 국내에서 역량을 쌓은 만큼 내년부터는 아시아 지역의 통신사와 협업해 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