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어 '전 연인에게 받은 선물 가져오기'가 나오자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재빨리 일어나 물건을 찾는다. 제한 시간 안에 물건을 찾지 못하면 벌주 당첨이다. 시간이 끝나가자 물건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물건을 아무거나 들고 갔는데 결과는 실패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곧바로 들키고 말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방불케 할 만큼 즐거운 술자리를 갖고 있는 이들은 사실 음주 메타버스 '짠'에서 이날 처음 본 사이다. 짠은 온라인에서 화상 대화 기반으로 재밌는 술자리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어색하지 않도록 다양한 술게임 등 콘텐츠를 제공한다. 윤종신, 규현 등 연예인이나 뇌과학자 장동선 등 다양한 셀럽과도 친밀한 랜선 술자리를 가질 수 있다.
'아싸'도 술 한잔으로 위로받아
짠을 서비스하는 '짠 컴퍼니'의 미션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이를 통해 나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박사무엘 최고 운영책임자(COO)는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만큼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할 나라가 없는데 막상 정신과에 가라고 하면 '나 미친놈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예전부터 '이런 부분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고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보면 그만한 테라피(치료)가 없다는 게 박 COO의 생각이다. 그는 "음주 메타버스라고는 하지만 술은 핑계일 뿐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사랑받고 공감받으며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며 "커피 한잔 할래와 술 한잔 할래가 가져오는 뉘앙스는 다르다. 술자리에서 맥주 한잔, 소주 한잔을 기울이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게 된다"고 했다.
짠을 이용하는 사람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먼저 흔히 말하는 '아싸'(아웃사이더)들이다. 박 COO는 "친구 많은 사람이 인싸(인사이더)라면 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싸가 많다"며 "사람들이 모여 부담 없이 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외로움도 줄어드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팬덤이다. 짠에서는 윤종신, 규현 등 연예인이나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얼굴을 보며 술을 마실 수 있다. 박 COO는 "짠이 추구하는 것 중 하나가 인맥의 대중화"라며 "셀럽들과 함께 메타버스에서 소규모로 술을 마신다거나 추첨을 통해 실제 연예인과 술자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짠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스브레이킹'이다.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 술을 마시는 만큼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재밌게 놀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실제 예능 작가가 게임을 만들고 실제 게임을 해보면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 COO는 "줌으로 술을 먹는 경우엔 재밌는 사람들이랑 먹으면 재밌지만, 재미없는 사람들과 먹으면 재미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짠은 누가 들어오든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일본 등 해외 시장 정조준
짠의 수익 모델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광고다. 짠에서는 자취방, 포장마차, 노래방, 생일파티 등으로 술자리 테마를 변경할 수 있는데 여기에 광고를 넣는다. 주류 업체나 편의점에서 신상품이 들어간 테마를 만들 수도 있고, 루프톱 맛집을 본떠 테마를 만들고 예약과 연계할 수도 있다. 술자리 안주 버튼을 눌러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술자리 티켓이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처럼 유명인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직 실행한 적은 없지만 소규모 술자리 기회를 만들고 직접 참여하는 사람에겐 유료로, 스트리밍만 하는 사람에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한가지는 술과 관련된 굿즈를 만들어 파는 것이다. 박 COO는 "지금까지는 경품 형식으로만 굿즈를 주고 있지만 제대로 만들어 머천다이즈 상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짠은 한국보다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만든 서비스다. 특히 미국 서비스를 1차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영토가 넓은 만큼 비대면 수요가 많은 데다 한국과 달리 비디오로 얼굴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덜하기 때문이다.
박 COO는 "미국에서는 술 배달 서비스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서비스에 붙이려 한다"며 "슈퍼볼 등 스포츠 행사에 맞춰 스코어 맞추기 게임을 한다거나 같이 얘기하면서 경기를 즐길 사람을 만들거나 하는 이벤트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일본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일본 직장인 사이에서 미팅(고콘)이 많이 이뤄진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온라인으로 미팅하는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이밖에 남미, 동남아 등 지역으로도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박 COO는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재밌게 웃고 떠들며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