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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유사성과 표절, '판례'라는 종이 한 장 차이

  • 2023.08.21(월) 17:10

현행법상 용어의 법적 정의 없어
판례가 쌓여 판단 기준 마련해야

/그래픽=비즈워치

게임 업계에서의 표절 분쟁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어떤 제품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의 '장르적 유사성'과 표절의 차이가 분명하지 않아서다. 법적으로 두 용어의 차이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더 많은 판례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의하면 현행법상 장르적 유사성과 표절의 차이는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부정경쟁방지법' 등 일부 법은 표절을 손해 배상 사유로 들고 있지만 표절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정의는 없다.

부정경쟁은 상표나 제품명, 제품 형태가 비슷해 소비자가 진품과 유사품을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이를 방지하는 법으로, 쉽게 말해 가짜 명품 가방으로 인해 진품을 만든 회사가 금전적 피해를 보는 것을 막도록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웹젠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지난 18일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의 1심 결과로 웹젠은 엔씨소프트에게 10억원을 2021년 6월29일부터 선고일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R2M은 리니지M만의 특징적 요소와 무게 아이콘 등과 같은 구현 방식까지 그대로 반영하는 등 리니지M의 시스템에 대한 모방 정도는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웹젠의 위와 같은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게임 업계에서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웹젠이 저작권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R2M 속 일부 아이콘이 리니지M과 유사하지만 웹젠이 리니지M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는 표절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장르적 유사성과의 차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판례 위주로 살펴야 한다고 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장르의 특성을 뺀 나머지 부분은 그 게임만의 특징이 남게 되는데, 이를 표절 여부로 다룬다"며 "과거에 비해 일선 판사들은 게임 작품 간의 표절 여부를 잘 인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2019년 '킹닷컴 리미티드'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판례다. '팜히어로 사가' 제작사인 킹닷컴 리미티드가 '포레스트매니아'를 국내에 배급한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이겼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포레스트 매니아는 팜 히어로 사가에서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며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으므로, 양 게임물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의 '킹닷컴-아보카도' 판례 이후로 표절과 장르적 유사성에 대한 새 규정이 나온 셈"이라며 "더 많은 판단이 쌓여 장르적 유사성과 표절의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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