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자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쓴소리를 쏟아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엔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게임별 매출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왜 감추냐는 지적부터 시작해 김택진 창업자의 고액 연봉, 신사옥 건립까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엔씨는 올해 상반기 내 경영쇄신을 빠르게 추진하고 하반기부터 신작을 통해 성과를 올리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모바일 게임 부진…TL 효과도 기대이하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373억원으로 전년대비 75%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31% 감소한 1조7798억원, 당기순이익도 51% 줄어든 2139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한국 1조1497억원, 아시아 3499억원, 북미·유럽 1358억원이다. 로열티 매출은 1445억원이다. 해외·로열티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했다.
플랫폼별 연간 매출은 모바일 게임이 1조2004억원, PC 게임이 3651억원, 로열티 매출은 1445억원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이 전년대비 37.9% 감소해 실적에 부담을 줬다. PC 게임의 경우 전년 매출이 3904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4분기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의 업데이트 효과가 있었으나 연간 실적이 좋지 않았다. PC 게임은 신작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이 국내 출시됐으나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쏟아지는 쓴소리…하반기부터 살아난다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선 쓴소리가 쏟아졌다. 기대작 TL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지적되자 엔씨는 이를 인정하고 개선책을 소개했다. 홍원준 엔씨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사과한다"며 "TL은 국내 출시 이후 여러 지표가 시장에서 '웰컴'할 만큼 나오지 않은 걸 저희도 잘 인지한다"고 털어놨다.
또한 콘텐츠 난이도와 조작 편의성, 밸런스 문제 등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이를 개선하는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홍 CFO는 "TL에 대한 서구권 유저의 기대감은 확대되고 있다"며 "퍼블리싱을 맡은 아마존이 대규모 유저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고, 올해 출시하겠다는 기존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컨콜이 중반부에 이르자 '신 스틸러'가 등장했다. 문준기 베어링자산운용 연구원은 "회사가 전사적 노력을 한다고 말하지만 공시나 IR(Investor Relations) 자료를 보면 역행하는 것 같다"며 게임별 매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점, 김택진 대표의 100억대 연봉과 성과급, 5000명이 넘는 인력구조, 5800억원짜리 신사옥 건립 추진 등을 문제삼았다.
홍 CFO는 "게임별 매출은 숨기고자 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세계적 트렌드에 따른 것이므로, IR을 통해 공개하겠다"며 "회사는 여러가지 방만함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연봉과 성과급은 주주총회를 통해 말씀드리겠다"고 해명했다. 경영 효율화의 경우 상반기 내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외부의 IP(지식재산권)도 활용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리니지와 같은 레거시 IP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구조를 변화하겠다는 각오다.
홍 CFO는 "올 상반기 후반에 배틀크러쉬와 프로젝트 BBS를 출시할 예정이고, 매출은 주로 하반기에 집중될 것"이라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