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가 일본 정부의 지분 매각 요구로 점입가경인 가운데 이를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기술·데이터 주권 차원에서 재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와 이해진 창업자 등 네이버 경영진의 명확한 입장 표명에 대한 촉구도 이어졌다.
"전 세계가 AI 전쟁…기술주권 지켜내야"
윤대균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라인 외교 참사의 나비효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라인야후 사태를 소버린 AI(인공지능), 이른바 AI 주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소버린 AI란 국가 고유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AI를 말한다.
윤 교수는 "세계는 이미 기술 주권 전쟁 시대를 맞이했고 소버린 AI의 중요성도 커졌는데 라인야후는 우리 한국의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회사"라며 "AI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데이터인데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동해를 일본해로 얘기하는 외국 AI를 가져다 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라인야후 사태는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우리나라 기술 주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그런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큰 기회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국혁신당 이해민, 김준형 의원과 민주당 김용만 이용우 의원,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공동 주최했다. 일본의 IT 기술 침탈 시도 저지를 위한 긴급 토론회란 수식어가 붙었고, 그런 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도 쇄도했다.
이해민 의원은 "라인야후가 네이버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도 현 정부는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향후 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그 후폭풍에 대해 예측하고 외교·법·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형 의원은 "현 정부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최대의 치적으로 꼽으면서 일본의 한국 기업 강탈 시도에 대해서는 한마디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라인야후 사태의 파급효과를 예측하고 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2억명 이상의 메신저 서비스 확장성을 고려했을 때 지분 매각으로 성장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단순한 사례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경영권이나 기술권을 탈취당할 때 정부의 구체적인 역할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수연 대표, 명확한 입장 밝혀야"
일본 정부의 행위가 지난 2002년 체결한 '한일투자협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수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한·일 양국은 해당 협정의 원칙과 내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협정이 명시하는 시장 개방과 투자 자유화 원칙에 대해 한국 정부는 외교 갈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권리 주장을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전 변호사는 그러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정부와 한국 기업의 자정 노력은 필요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이유로 한국 기업의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노조 측은 경영진의 빠른 입장 표명을 당부했다. 최수연 대표는 당초 이날 토론회에 초대됐지만 불참했다. 최 대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같은 날인 이날 개최한 전체회의 참고인으로도 채택됐다.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은 "(최수연 대표가) 이날 자리에 불참한 것이 과방위 출석 때문인 것으로 아는데 거기에도 불참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고민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 경영진과 A홀딩스 대표이자 네이버의 글로벌투자책임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에게도 요청한다. 지금 당장 정치적 압박과 눈앞의 경영손실만을 따져 매각 결정을 한다면 서비스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미래를 잃게 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소회의실 64석이 가득 차고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렸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렇게 많은 분이 자리할 줄 알았다면 대강당을 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