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성 불법 정보를 뜻하는 '스팸' 문자가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스팸은 도박·주식·투자·대출·성인콘텐츠 등을 접하도록 교묘하게 유도, 사기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휴대전화 스팸 신고 건수는 2억8002만건에 달했다. 이는 2023년 한해 동안 이뤄진 스팸 신고건수(2억9488만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KISA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팸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끊이지 않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스팸뿐 아니라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 사기 활동의 재료가 되고 있다고 추정한다.
여행사 모두투어는 지난 6월께 자사 홈페이지에 악성코드가 삽입돼 자사 회원뿐 아니라 비회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최근 신고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뿐 아니라 휴대전화 번호 등이다.
지난해 3월에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이용자 개인정보가 불법 거래된 사실이 알려졌고, 같은해 11월에는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 사업자 '골프존'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221만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스팸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수단' 관리가 사실상 실패하고 있어서다. 대량 문자 발송 업체는 약 1200곳에 달할 정도로 난립하고 있으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6월 대량 문자 전송자격 인증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증 신청은 89건에 불과했고 27건만 승인됐다.이런 까닭에 인증을 받지 않은 사업자들이 계속해서 불법 스팸을 발송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처벌도 무용지물에 가깝다. 지난해 기준 불법 스팸 관련 과태료 체납액은 504억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90% 이상이 5년 이상 장기 체납이다. 이유는 다소 황당하다. 체납자의 재산 부족 또는 체납자 소재 자체를 찾지 못해서다.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은 "스팸 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행정 처리와 과태료 징수 시스템 또한 과부하 상태에 놓였다"며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아 의원은 "불법스팸 전송에 따른 이익이 법률 위반으로 받을 불이익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스팸 재난'이 지속되고 있다"며 "과징금을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의 최대 3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