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들의 득세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가속화한 가운데 후발주자격인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올해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AI 데이터센터(DC), 에이전트 등 주요 AI 인프라에 이미 수천억을 들인 상황에서 중간 성과가 따라줘야 이후 투자도 가능한 선순환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ICT업계에 따르면 AI 사업에 한창인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플랫폼 기업들은 올해 AI로 매출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올해는 AI가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신년사에 밝혔고, 김영섭 KT 대표 또한 "올해 중점 목표 중 첫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을 바탕으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통신사는 최근 AI 사업에 수천억원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2023년부터 AI 분야에 투자한 금액이 3억달러를 넘어섰다. KT는 2027년까지 5년간 약 7조원을 AI 사업에 투입한다. LG유플러스도 2028년까지 AI에 최대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앞서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AI 기술 개발에 비용을 대거 쏟고 있다. 네이버는 매년 AI 하드웨어에 7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핵심으로 떠오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는데에도 2023년 1500억원, 2024년 2500억원을 들였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AI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15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었다.
이들 기업은 AI DC, 에이전트, 구독 서비스 등 유료화 모델을 선보이며 매출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AI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올해는 AI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절박감이 서려 있다. 앞서 수천억원을 투입했는데도 글로벌 빅테크들과 AI 기술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수익성조차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AI 경쟁 동력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그러나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이른 편이다. 챗GPT 등 글로벌 최신 AI 기술이 국내 산업은 물론 생활 전반에 침투해 토종 AI 서비스의 강점마저 옅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ICT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을 가속화하는 것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는 특정 국가나 업종, 기업에 국한되기보다는 합종연횡 추세를 보인다. 결국 국내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수익화 전략도 이런 분위기를 잘 타야 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파트너십은 이제 선택이라기보다는 강제 또는 강요에 가까워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