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는 하고 있지만 발표할 부분은 없다."
한국의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설립에 참여할 의사를 묻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한 답변이다.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은 오전부터 부산했다. 올트먼 CEO가 이곳에 온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앞둔 기업들의 주가는 요동쳤고, 현장은 기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챗GPT 개발로 전 세계에 AI 기술 혁신을 가져온 그가 AI 후발주자인 한국 시장의 갈증을 어떻게 해소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카카오와 오픈AI의 전략적 제휴로 열린 간담회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면담, 오픈AI 빌더랩 행사 발표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온 뒤라서인지 사진 속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매우 피곤한 모습이었다.
카카오가 주관한 행사인 만큼 이날 행사의 골자는 양사의 제휴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 생성형 AI 선도자로서 상징성이 큰 올트먼이 한국의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확인하는 건 놓쳐선 안될 지점이었다.
특히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한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구축하기로 한 프로젝트다. 산업 전반에 활용될 AI 서비스와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플랫폼의 기반이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 AI 기술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컨소시엄 형태로 외국 기업 자본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
당연하게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그의 답변은 짧았다. "고려는 하고 있지만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였다. 오픈AI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그가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얘기했던 걸 감안하면 '국가 AI 컴퓨팅센터에는 투자 계획이 없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올트먼의 방한은 사업상 철저하게 계산된 일정으로 읽힌다. 자금이나 인력 등에서 AI 열세인 우리나라가 국가적 차원에서 그에게 '공짜'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없어보였다. 그의 말처럼 "한국은 AI 채택률이 굉장히 높고 각 산업에서 강력한 AI 채택이 가능한 국가"이기에 사업상 시너지를 내기 위해 사업 목적으로 온 것일 뿐이다.
실제 올트먼 CEO의 이날 오후 일정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회동이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만남은 그의 이번 방한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중국 베이징 한국 특파원과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3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정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주무부처 장관이 외면당하는 현실을 보면 착잡함을 느낀다. 정부는 위기의식을 갖고 더욱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전 세계 AI 발전 시계는 이미 저만큼 앞서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