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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이 59조원에 육박했다. 본업이던 유무선 사업에서 정체를 맞은 통신3사는 돈이 안 되는 신사업을 정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와 더불어 인공지능(AI), B2B(기업 간 거래)를 확대해 수익성을 방어했다.
올해 최우선 과제는 AI 사업을 수익화하는 것이다. 그간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만큼 이제부터는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전개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2년 연속 매출 58조…일회성 비용에 영업익은↓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3사 연결재무제표 기준 합산 매출액은 58조9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년(2.7%)보다 감소했지만 2년 연속 58조원을 수성했다.
영업이익은 3조4960억원으로 20.6% 감소했다. 합산 영업익이 4조원을 밑돈 건 2020년 이후 처음인데 KT의 대규모 구조조정, LG유플러스 자산상각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회사별로는 SK텔레콤의 매출이 전년 대비 1.9% 늘어난 17조9406억원, 영업이익은 4.0% 증가한 1조8234억원, 순이익은 25.6% 뛴 1조438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이 10.1%로 통신3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KT는 매출이 전년보다 0.2% 증가한 26조4312억원, 영업이익은 51.0% 줄어든 8095억원, 순이익은 54.5% 감소한 4501억원이다. 영업이익률도 3.0%로 반토막났다. 희망퇴직, 자회사 전출 등으로 인건비가 1조원 이상 나간 여파다.
LG유플러스는 매출이 전년 대비 1.8% 늘어난 14조6252억원, 영업이익은 13.5% 감소한 8631억원, 순이익은 44.0% 줄어든 3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5.9%를 기록했다. 신규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에 따른 무형 자산 상각 비용,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등이 반영된 결과다.
본업 정체…KT 제외하면 ARPU도 뚝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그간 본업 역할을 해오던 유무선 사업 정체는 또 한번 확인됐다. 지난해 통신3사의 유무선 매출 성장률은 1~2%대에 그쳤다.
통신사업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역시 KT를 제외하면 모두 떨어졌다. SK텔레콤은 2만7627원으로 전년 대비 0.5% 내려갔고 LG유플러스는 1만8730원 9.2% 급락했다. KT는 같은 기간 3만4567원으로 0.8% 올랐지만 타사와 다르게 알뜰폰이나 사물인터넷(IoT) 등을 제외한 것이다.
결국 이런 수치들 앞에서 AI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통신사들에게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AI 사업을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AI에서 반드시 매출을 가시화한다는 계획이다.
AI DC·AICC에 사활…저수익 사업은 정리
SK텔레콤은 올해 AI B2B 사업에서 30% 성장을 약속했다. 이미 지난해 매출이 뛴 AI데이터센터(DC)를 중심축으로 AI 클라우드, AICC(인공지능고객센터) 등 다양한 상품으로 AI B2B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람다와 협력해 이달 출시한 구독형 AI 클라우드 서비스 'SKT GPUaaS(GPU-as-a-Service)' 또한 올해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서는 연내 '에이닷(A.)'의 유료화 계획을 논의한다. 아직 유료모델이나 세부 상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구독·결합 상품 출시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지훈 SK텔레콤 AI 사업전략본부장은 "에이닷은 다양한 내부 실험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퍼스널 AI 에이전트(PAA)로서 정체성이 확립된 만큼 유료화 기반은 다져진 상황"이라며 "유료화 시 통신사로서의 역량을 결집한 구독 상품을 기획하려고 하고, 다른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번들링(묶음판매)까지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AICT(인공지능+정보통신) 기업으로서 AI 사업 수익화를 구체화한다는 목표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B2B 사업에서 AI 접목 없이는 발전이나 성장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올해는 B2B 대상 IT사업, KT 본연의 통신사업, 미디어사업 등 세 가지 부문에 걸쳐서 AX(AI 전환)를 이뤄내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KT는 올해 1분기 보안을 강화한 한국형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출시해 B2B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2분기 한국의 역사·정치·법률 등 데이터를 학습한 'GPT4' 기반의 한국적 AI 모델을 출시해 AI·클라우드 분야에서 수익 창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AI 신사업 육성을 필두로 한 고수익 사업 중심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B2B 사업에 AI 모델을 적용해 AI 응용 서비스의 범용성을 확대하고 기업 인프라 부문에서도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여명희 LG유플러스 CFO는 "AX 전략과 연계된 AIDC, AICC 등의 사업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 전년도 이상의 톱라인(Top-line)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운영을 강화하려고 한다"며 "특히 저수익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서 수익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