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이하 IT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T·게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 겸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IT위원회 소속 지회들이 그동안 개별 기업과 교섭을 통해 노동 조건을 개선해왔으나 IT 산업 전반에서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교섭을 넘어 산업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동요구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직위원회 설치 △분사·인수·합병 등 기업변동시 노동자 권리보호 △인사평가 기준 공개 △전환배치시 조합원 의사 반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기업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할, 합병, 양도, 휴업할 경우 시행 3개월 전 조합에 통보해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4개의 자회사를 분사시키면서 노조와 강하게 대립한 바 있다. 기존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3년 내 신설법인이 폐업할 경우 재고용하기로 했지만, 고용 불안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꽤 오래 지속됐다. 넷마블에프앤씨 또한 신작 '데미스 리본' 개발 인력을 조정하면서 신규 아트디렉터(AD)에 반대한 인력에 대한 보복성 구조조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 부위원장은 "결국 본인이 가겠다고 판단한 조직으로 최대한 배치되어야 업무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 의견을 듣기보다 일방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분사 시 사업이 잘 안 되었을 때 복귀에 대한 보장이 거의 없다"고 했다.
IT위원회 소속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할 경우 공동요구안을 제시하고,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면 IT위원회 차원에서 연대할 예정이다. IT위원회에는 넥슨, 넷마블, 배달의민족,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NHN, 웹젠, 한글과컴퓨터, 알티베이스, 야놀자, 인터파크 노조 등이 소속돼 있다. 전체 조합원 규모는 약 2만명 수준이다.
이날 IT위원회는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주 52시간 예외 조항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 부위원장은 "결국 일하는 사람이 잘할 수 있도록 해야 이 산업의 미래가 있다"며 "장시간 노동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