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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의 라이선스 갱신이 길게는 반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중소 가상자산거래소 등 일부 사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업비트 등 대형사업자에 대한 엄격한 심사에 몰두하는 사이 손발이 묶인 중소사업자들은 투자, 신사업까지 모두 중단돼 생사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심사를 통과한 업체는 현재까지 프라뱅과 비블록 두 곳에 불과하다. 모두 중소 코인마켓거래소로 그나마 먼저 갱신이 이뤄진 것은 서류심사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총 28개사로 최근 신규 라이선스를 받은 두 곳을 제외하면 아직도 20여개 업체가 갱신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애초 관련법령에 따르면 사업자 갱신 시한은 신고가 늦었던 몇몇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지난해말 모두 만료됐다.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을 3년마다 하도록 했고, 업체들은 만료 수개월 전에 모두 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업비트 등 대형사업자에 대한 현장 실사와 그에 따른 제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다른 사업자들에 대한 심사가 줄줄이 연기됐다. 애초 당국의 심사가 과거보다 깐깐해지고 길어질 것은 예상됐지만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거래 실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고사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업자 라이선스가 있어야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를 받고 필수 인력도 충원하는데 불확실성이 지속되다 보니 무엇 하나 시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인마켓거래소들의 숙원인 원화거래소 전환도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사업자 갱신이 완료돼야 은행과 본격적인 협의가 가능하고 업계의 중지를 모아 당국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데, 라이선스 유지가 불확실한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중소거래소 한 관계자는 "업비트, 빗썸은 심사가 지연돼도 결국 갱신이 이뤄질 걸로 보이고, 자금도 충분하니 사업과 경영에 문제가 없겠지만, 안 그래도 힘든 코인거래소들은 투자나 채용, 신사업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며 "라이선스가 나와야 누구라도 만나고 뭐라도 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른 중소거래소 관계자도 "당국의 늑장 행정으로 사업자 갱신여부가 불투명해지다 보니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과 외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잘하려고 애쓰는 업체들은 사업도 하고 조직과 시스템도 정비하게 당국이 심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수는 큰 폭 줄었다. 지난해말 기준 40여개사에서 현재는 28개사로 중소사업자 대부분이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라이선스 연장을 포기했다. 이번에 사업자 명단에서 빠진 업체는 지닥, 프로비트, 후오비코리아, 플랫타익스체인지, 한빗코(한빗코코리아), 비트레이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