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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왜 거기서 나와'…인공지능에 꽂힌 게임사들

  • 2025.02.23(일) 10:00

개발속도 높이고 해킹 막아…새로운 성장사업 육성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외부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AI를 게임 개발에 활용하면서 제작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콘텐츠 자체의 재미도 높이려는 것이다. 또 이렇게 축적한 AI 기술을 외부에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BM)을 적극 전개하면서 재무실적 개선도 노리고 있다.

게임 제작을 더 빠르게 더 재밌게

넥슨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AI에 대한 연구와 활용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명 게임 디렉터의 목소리와 억양을 거의 똑같이 생성해 게임 업데이트와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넥슨 관계자는 "이렇게 생성된 음성은 언어에 상관없이 빠른 생성과 변조가 가능하다"며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음성 관련 작업 시간을 기존 대비 50배 이상 단축했고, 게임 출시 3시간 만에 핵 사용 유저를 발견해 신속하게 대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넥슨은 2017년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하고 이같은 AI 기술 기반의 사업을 확장해왔다. 게임에 적용된 부가기능의 고도화는 물론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개발·적용함해 게임 이용자들이 더욱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해당 조직의 목표다.

2021년에는 인텔리전스랩스의 데이터 조직과 플랫폼 조직을 통합해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기반 솔루션과 고도화 솔루션을 모두 제공하는 조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현재는 800명 규모의 인력을 확보한 대형 조직으로 거듭났다. 그만큼 AI 기술 개발과 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2023년 넥슨은 구글 클라우드와 협업해 AI 기반의 유해 이미지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외부 협력도 벌인 바 있다.

컴투스 역시 AI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남재관 컴투스 대표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게임 콘텐츠 자체의 본질적인 재미를 올리는데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게임 콘텐츠가 다양하고, 풍부하고, 의외성도 높으면서 이용자 패턴에 반응하게 하려면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AI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또 "AI를 통해 제작 프로그래밍 자체의 속도를 올리거나 아트, 번역, QA(품질보증)를 진행할 때 AI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라며 "이를 통해 코스트(비용)를 낮출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AI를 통해 유저 피드백(반등)을 모니터링하고 적시에 CS(고객서비스) 대응, 확률 검증, 해킹·어뷰징 탐지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컴투스는 AI 관련 연구·개발(R&D)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GPT 기반 생성형 AI 기술로 개발 도구 제작을 연구하고 있다. 야구 게임 개선에도 AI를 활용했다. 지난해 유니티 기반으로 AI 강화 학습을 진행해 공과 배트 사이 타격 위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기술을 연구 완료했다. AI가 야구공의 찌그러짐까지 더욱 실감 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게임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AI 기술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몬스터 검증 자동화 툴도 2023년부터 개발에 돌입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자사 게임에 글로벌 빅테크의 AI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온디바이스 SLM(소형 언어 모델)을 개발해 NPC(Non-Player Character)들에게 개별적인 페르소나와 특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 회동에서는 오픈AI의 플래그십 LLM을 활용한 클라우드 기반 CPC(Co-Playerble-Character) 개발, 게임 특화 AI 기술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크래프톤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쇼 'CES'에 참가해 엔비디아와 개발한 CPC '스마트 조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 조이는 크래프톤의 차기작 '인조이'에 쓰일 전망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 조이는 LLM을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 적용한 사례"라며 "인조이보다 복잡한 AI 시스템을 갖춘 펍지 앨리는 SLM과 STT(음성을 문자로 변환) 기술이 온디바이스로 구현되는데, 올해 베타 테스트를 거쳐 내년에 본격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게임을 넘어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게임 사업에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업으로 전개하는 곳들도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게임 업계에서 가장 먼저 AI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LLM(대규모언어모델) 등 기술 개발에 몰두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2011년 AI 태스크포스팀(TFT)를 발족한 뒤 이듬해 AI랩을 설립했다. 2016년 이를 AI센터로 확대했고, 올해는 AI 기술 전문 자회사 '엔씨 에이아이'를 신설했다. 

장기간 기술을 축적하면서 자체 개발 생성형 AI '바르코'를 2023년 사내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AI 기술은 엔씨의 게임 개발에 활용해 제작 비용을 절감하면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신규 사업 확장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는 최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AI 기업을 분사한 것은 우리 AI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도화시켜서 다른 개발사나 제3자에게도 적용시키는 등 수익사업으로 바꾸자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부 게임 스튜디오에 투자했을 때는 퍼블리싱 협업도 하겠지만, 애니메이션·TTS(문자에서 음성으로 변환)·모션캡처 등 우리 AI를 활용한 개발도 지원한다"며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작업 능력, 채팅 동시 번역 등은 투자하는 회사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데이터센터와 AI가 결합한 분석 툴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상업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NHN은 아예 자회사가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AI 서비스도 상용화했다.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광역시가 추진한 '국가 AI데이터센터'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운영을 맡고 있다. 이 국가 AI데이터센터는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에 AI 연구·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컴퓨팅 연산능력 88.5페타플롭스(PF), 저장 용량 107페타바이트(PB) 규모의 인프라를 갖췄다. 일반 업무용 노트북 약 50만대 규모의 연산처리량을 1초만에 수행 가능한 수준이다. 

안현식 NHN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에는 AI와 광주 국가AI데이터센터과 관련해서 딥시크 영향뿐 아니라 정부 예산 증가로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NHN두레이도 지난해 인공지능 기반 협업툴 '두레이 AI'를 중심으로 연간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0% 증가했다. 올해도 성장율 50%가 목표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컨콜에서 "두레이의 생성형 AI 연계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두레이 관련 협업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지 프로세싱, 음원 제작 등 내부 활용에 필요한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대외 출시하는 계획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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