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가 한 달 새 243만명이나 급작스레 늘어났습니다. 청약 1순위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게 되면서 여기저기서 올해 주택 청약 열기가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청약 1순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목적이나 재테크 용도로 청약통장을 새로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했고 청약제도가 완화된 배경도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크게 1순위자가 급증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 배경을 들여다 볼까요.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아파트투유' 사이트(www.apt2you.com)를 통해 매월 공개됩니다. 이 사이트는 주택 청약통장에 가입한 사람들이 신규 분양아파트를 인터넷으로 청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곳인데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누르면 본인의 신상정보와 청약통장 개설은행, 청약통장 개설일, 납입금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요. 이밖에도 청약제도나 분양 아파트, 청약경쟁률, 청약가점 계산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청약통장과 관련해서는 전체 가입자 수나 순위별, 청약통장별(주택청약종합저축 및 청약예금·부금·저축) 가입자 수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 18일 공개된 2월말 기준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는 991만422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한 달 전인 1월 말 748만6313명에 비해 242만7916명 증가한 것입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작년 9·1 부동산대책 이후 한달 평균 15만~20만명씩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순위 가입자가 240만명 넘게 갑자기 늘어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는 국토부가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수도권의 청약 1순위 요건을 가입 2년에서 1년으로 완화한 것이 한 원인입니다. 원래는 24개월을 채워야 1순위가 되는데 12개월을 넘긴 사람들이 모두 1순위가 되니 가입기간이 1년 이상 2년 미만이었던 이들이 한꺼번에 1순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 달 사이 서울 및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1순위 가입자는 각 62만2370명, 70만7925명 등 총 133만295명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지방의 1순위 가입자도 한 달 새 110만명 가까이 늘어난 점입니다. 지방의 경우 1순위 요건이 종전과 전혀 변화가 없었음에도 말이죠. 지난 달 인천을 제외한 5대광역시의 1순위 가입자는 52만29명 늘었고 기타 지방도 57만7592명이 증가했습니다.
금융결제원 측에 이유를 물으니 "지난 1월말까지 수도권과 지방 모두 가입기간 24개월 이상인 경우를 1순위로 집계해 왔다"며 "2월말부터는 1순위 기준을 가입기간 12개월 이상으로 일괄 조정해 집계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1순위 청약자격 기준이 5년 전인 2010년에 '24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돼 있었습니다. 당시 지방 미분양이 너무 많아 건설사들이 도산하는 등 문제가 커지자 아파트 분양 수요층을 확대하기 위해 자격조건을 먼저 낮췄던 것이죠.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금융결제원이 아파트투유에 공개하는 청약통장 집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겁니다. 지금까지의 1순위 집계가 24개월에 맞춰져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동안 집계에서 가입기간 6~24개월인 지방 1순위 가입자 수가 모두 누락됐던 것입니다.
집계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결제원은 2010년부터 누락했던 지방 1순위자 수를 이번에 슬그머니 집계에 포함시켰습니다. 이것이 가입자수가 폭증한 진짜 배경입니다.
2월말부터 적용되는 집계기준도 정확한 건 아닙니다. 1순위 기준을 일괄적으로 12개월로 잡았기 때문인데요. 여전히 지방 6~12개월 가입자들은 1순위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 수는 2월말 기준 1000만명에 육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1000만명을 훌쩍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 자료: 금융결제원 |
청약통장 순위별 가입자 수가 중요한 것은 주택 정책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그토록 골몰하는 주택시장 정상화나 주거복지 구현을 위해서는 신규 아파트 공급과 이에 대한 유효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집을 사려는 예비수요자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2월 수도권, 그리고 2010년에 지방 1순위 기준을 완화한 것도 바로 이 수요를 늘리기 위한 것이었죠.
그런데 무려 5년씩이나 통계가 틀린 걸 모른채 정책을 만들어 왔다니 한숨이 나올 뿐입니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통계에 기반해 정책을 만들어 왔다면 환자의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채 처방전을 써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청약통장 관련 통계를 맡고 있는 금융결제원은 공인인증서 등 지급결제시스템을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업무의 정확성이 요구되는 기관인 거죠. 이런 곳에서 엉터리 통계를 내놓고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