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을 이사철을 맞는 전세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 이주가 예정된 강남권 단지들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시장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대출규제로 발이 묶인 실수요자들이 매매에서 전세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하락하며 지난주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31일 기준 0.33% 상승이후 3주 연속 하락세다.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대책으로 서울지역 매매거래가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매매가격이 하락한 반면 서울 전세가격은 한주간 0.01% 상승하며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강북권은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주 0.02%로 상승 전환했다. 매매시장 관망세로 전세를 재계약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도심 및 강남으로의 직주근접 수요 등으로 중구, 성동구, 광진구가 지난주 보합에서 상승 전환됐다.
강남권 전체적으로는 지난주 0.02%에서 0.01%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재건축 이주 영향으로 강동구와 직주근접 수요로 구로구 등에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영등포구는 계절적 비수기로 하락 전환했다. 서초구도 하락폭이 확대되며 강남권은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
▲ 서울전세가격지수 변동률(자료:한국감정원) |
다만 지역별로 전세 수요가 몰린 곳은 전세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주로 재건축 이주수요가 있는 곳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이주를 시작한 강동구 둔촌 주공단지 인근에 위치한 둔촌푸르지오 전용면적 84.92㎡의 경우 지난달말 5억1000만원으로 거래됐던 전세가격이 이달 초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현대1차아파트 전용면적 84.36㎡의 경우 지난달 중순 3억2000만원에서 이달 중순 4억1000만원으로 전세가가 올랐다.
둔촌동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주 수요로 인해 저번달부터 전세거래가 활발하다"면서 "이사철되면 가격이 더 뛸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단지(5930가구) 외에도 하반기에 재건축 단지의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전세시장 불안요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로 이주 수요는 총 4만8921가구에 달한다.
구역별로 ▲서대문구(5440가구) ▲동대문구(4552가구) ▲성북구(4151가구) ▲은평구(2920가구) ▲양천구(2064가구) ▲동작구(2003가구) 등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의 경우 원래 공급물량도 부족한데 정비사업으로 이주수요까지 겹치며 전세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은 항상 공급 부족으로 전세난에 시달려왔다"면서 "전세값이 하락한다고 해도 잠깐 주춤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실수요자들이 매매보다는 전세 쪽으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늘어나는 전세수요가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다만 부동산시장 전체가 주춤한 만큼 과거와 같은 전세대란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역에 따라서 그 강도가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서울내 지역별로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8.2대책으로 인한 시장침체와 추가적인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어 전세가 상승폭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8.2대책에 이어 다음달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공적임대주택 연간 17만가구 공급과 신혼희망타운 연간 1만가구 공급, 임대주택 등록 확대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이 로드맵에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들을 위한 방안이 담길 것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