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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집 사기 참 어렵네요

  • 2019.10.22(화) 15:32

집값 오르자 자취 감추는 매물…쫓기듯 집 사는 수요자
대출 문턱 너무 높고 맞벌이에게 정부 혜택은 '그림의 떡'

'인생에서 가장 비싼 것을 사는데 이렇게 허겁지겁 사도되는 것인지 참…'

저는 투기과열지구에 사는 무주택 서민입니다. 내년 초 전세계약이 만료돼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실수요자이기도 한데요.

이번에 참 힘겹게 집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계약서 작성을 마쳤고, 내년 초 잔금을 치를 예정인데요.

집을 사면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에 쫓기듯 산 것은 아닌지,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등 고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취‧등록세와 중개보수, 이사비용 등 집값 외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집값 불안은 서민 불안

내 집 마련은 온 국민의 꿈처럼 여겨지지만 처음부터 집을 사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대 후반만 해도 '인구가 줄어드는데 집값이 올라갈 리 있나'라고 생각하며 집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었는데요.

막상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니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무섭게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 굳어졌습니다. 어쩌면 집을 사고 싶은 것보다 집을 안사면 안 되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는게 더 정확할 겁니다.

실제 3년 전 전세로 마련했던 분당의 신혼집은 당시 매매가가 3억원 초반 선이었지만 지금은 4억원 중반까지 올랐습니다. 입주한 지 25년이 됐고, 13평의 작은 아파트임에도 말이죠.

'그 때 조금 무리해서라도 대출 받아 전세가 아니라 집을 사는 게 어땠을까'라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비슷한 시기 같은 지역에서 대출받아 집을 산 동료는 상당한 시세차익을 보기도 했고요.

집을 사기로 마음먹고 나서도 쫓기는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추석 전에 단지 내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매물 문의를 했고, 추석 연휴가 지나고 몇 개의 매물을 직접 보았는데요. 확인한 매물을 두고 1주일 정도 고민해 마음에 드는 집을 공인중개사에게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매물은 계약이 된 상태였죠. 이후 차선책으로 다른 집을 택했지만 그 역시 하루 만에 계약됐다는 군요.  그 다음 매물도 마찬가지. 이렇게해서 지금 계약한 집은 후보 리스트의 네번째에 있던 집입니다. 이 역시 다른 매수 희망자와 경쟁이 붙어 서둘러 가계약금을 넣으면서 겨우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번번이 맘에 드는 집을 놓치자 좀 더 기다린 후 다시 기회를 노려볼까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나중 되면 지금보다 가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그냥 흘려버릴 수 없더라고요. 최근 몇년새 이런 흐름이 계속됐으니까요.

너무 높은 대출의 벽

'이제 집을 사자'고 결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3년여 동안 나름 열심히 돈을 모아 작은 집이나마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자신감은 곧 실망감으로 이어졌죠. 투기과열지구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40%로 대출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요. 막상 은행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대출 가능금액에서 소액 임차보증금을 제외하고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죠.

생애 첫 대출이다 보니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도 놓쳤던 것입니다. 대출 가능금액이 예상보다 줄면서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찾아봤는데요. 현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결혼 3년차인 우리 부부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이 역시 실망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생애최초 주택마련을 지원하는 디딤돌대출은 신혼부부일 경우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최근 소득기준이 완화된 보금자리론 역시 8500만원 이하였는데요.

맞벌이로 연소득 8500만원을 갓 넘기는 우리 부부는 정부 지원조차 받지 못하니 자금마련 부담은 커져만 갑니다.

"솔직히 수도권에서 부부가 연 8500만원 벌어서 집을 어떻게 사? 이정도면 지방에서만 가능한 거 아냐?"라는 푸념과 원망이 저도 모르게 나오더라고요.

여기에 신혼부부가 혼인 7년 이내에 내 집을 마련하면 취‧등록세를 50% 감면해준다는 지원책도 소득기준이 연 7000만원 이하로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정부 지원은 다양하지만 막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이 전혀 없는 게 현실임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죠.

정부는 집을 투기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각종 규제책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규제는 시장을 자극했고 수도권 집값은 더 이상 서민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랐는데요.

그나마 부담이 가능한 집을 사려고 해도 대출 문턱은 너무 높고, 정부 지원은 나만 쏙쏙 피하는 것 같습니다.

서민 주거안정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부자만 득실거리는 주택시장, 오늘도 서민들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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