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18번째 부동산대책은 대출, 세제, 청약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이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확대하는 등 수요를 옥좨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겼다. 이와 함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통해 '매물 잠김' 우려를 해소하고 시장안정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과한 수요 억제가 오히려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정비사업이나 3기 신도시 등을 통한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문답식으로 정리해봤다.
"중산층은 자산 확대 차단, 현금 부자들은 잔치"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날(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대출을 한층 더 조였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한 주택은 시가 9억원을 기준으로 주택가격 구간별 주택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를 차등 적용키로 했다.
9억원 이하분은 기존대로 LTV 40%를 적용하고 9억원 초과분은 LTV 20%를 적용한다. 시가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는 대출이 아예 안 나온다.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고강도 대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오히려 중산층의 사다리를 없애고(자산 확대 차단) 현금 부자들만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세 9억원과 15억원 이상의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현격하게 줄이거나 아예 불허한다는 것은 중산층 이하 계층의 자산 확대까지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이라면 중산층 이하 계층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게 된다"며 "종전부터 지적되던 현금 부자만의 자산 증식을 부추기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영 R&C 연구소장도 "대출을 이용한 9억원 이상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 차단엔 도움이 되겠지만 서민과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낳으며 현금 부자들을 위한 잔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도 높은 양도세율, 다주택자 안 움직일듯"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는 정책도 있다.
1세대1주택자(실거래가 9억원 초과)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최대 80%(10년)를 유지하되 거주기간을 요건에 추가하기로 했다. 또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양도세율이 높은 편인데다 수혜 매물이 한정적이라 주택 공급이 활성화되긴 힘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도세는 다주택자 중과 부분만 배제한 데다 여전히 우리나라 양도소득세 세율은 높은 편"이라며 "혜택이 생기긴 했지만 주택 보유자들이 시중에 매물을 내놓을만한 파격적인 조치냐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지영 연구소장도 "10년 보유 기간 적용으로 나오는 매물이 한정적일 수 있고, 양도세 중과 배제가 끝나는 내년 6월 이후엔 다시 매물 품귀 현상으로 집값 상승을 반복하는 악순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풍선 효과, 공급 위축 우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도 대폭 확대됐다.
기존 27개 동에서 집값 상승률이 높거나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서울‧경기도권의 총 495개 동으로 늘었다. 그러면서 '언제든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집값 안정의 불씨를 잡겠다는 취지지만 풍선 효과, 공급 위축 등의 역효과가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것"이라며 "이번 확대 지정으로 (집값 상승) 풍선효과나 확산효과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상한제 적용 지역을 찔끔찔끔 확대할 게 아니라 집값이 불안한 서울 등 수도권 전역을 지정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다만 공급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은 직접적인 가격통제 조치보다는 공급물량을 중장기적으로 늘려주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는 2021년부터 서울 입주량이 다소 감소할 전망이고, 분양 시장엔 사실상 무주택자만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전매 제한까지 최대 10년으로 확대하면 서울지역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심리적으로 더 부각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3기 신도시, 서울 외곽에 있어 실효성 의문"
부동산 규제가 겹겹이 씌워질수록 주택공급 위축 우려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서울 내 주택공급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과도한 우려'라며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정비사업 지원 TF(태스크포스) 등을 통해 다양한 주택 공급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주택공급 계획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두성규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급을 믿는 것 같지만 3기 신도시는 서울 외곽이라 서울시 내 공급부족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며 "아울러 3기 신도시는 토지보상이 큰 난관으로 남아 있고 지역 주민 반발도 적지 않은 데다 분양물량도 제한적이라 시장에서 원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서울시 주관으로 '정비사업 지원 TF'를 만들어 관리처분인가 이후 단계의 정비사업 추진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안전진단기준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강화 등의 규제가 있어 사실상 TF가 장식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정부가 2018~2020년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매년 4만 가구대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데 이 물량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비사업의 결과"라며 "현 정부에서 규제로 인해 줄어드는 물량의 효과는 2021년 이후부터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