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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박원순의 '부동산 국민공유제' 가능할까

  • 2019.12.31(화) 15:25

박원순 서울시장의 밀어붙이기…"아직은 철학 수준"
'불로소득' 활용 재원 마련…현실적 방안 거의 없어
세금 부담‧진영 논리 등 눈총…전문가들 "실현가능성 미미"

"부동산 국민 공유제, 서울부터 실천하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신년사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내년 도입을 예고한 부동산 국민 공유제야말로 '규제의 끝판왕' 격이기 때문인데요.

현 정부가 이미 열 여덟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대출과 세금으로 바짝 조인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얻은 불로소득을 환수해 기금을 만든다니 벌써부터 반대 여론이 거셉니다. 여당에서도 섣불리 지지하지 못하는 분위기고요.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입니다. 서울시 담당 실무자들도 빠른 시일 내 검토해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요.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불로소득을 기금으로? 혹 하지만 현실은…

박원순 시장이 최근 들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철학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본 줄기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불공정한 이득이라고 보고, 투기이익 발생을 차단하는 동시에 발생한 이익은 공유하자는 건데요.

이를 위해 제시한 대표적인 제도가 '부동산 국민 공유제'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7일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미래 세대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먼저 부동산공유기금(가칭‧이하 기금)을 만들어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부동산을 통해 얻은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고, 이를 기금으로 전환한 뒤 부동산을 매입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도입하려면 불로소득을 어떤 식으로 환수할 지가 가장 큰 관건인데요.

서울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액 ▲세금 ▲개발이익 ▲기부채납 등을 통한 환수를 검토 중이라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기존 법률상으론 서울시가 이들 항목으로 환수할만한 금액이 적어 기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이익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건축 초과이익 징수금의 배분은 50%가 중앙 정부, 30%가 자치구(기초 지자체), 20%가 서울시(광역 지자체) 입니다. 서울시에 귀속되는 비율이 적은 데다 현재 재건축 추진 자체를 막고 있어 수입으로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죠.

종합부동산세도 건들기 어렵습니다. 종부세는 일반세이자 국세라 서울시장이 관여할 수가 없습니다. 이를 기금으로 활용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야당에서 동의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박 시장은 '부동산가격 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종부세, 재산세를 올리겠다는 계획인데요. 하지만 이것도 중앙정부의 몫이고요. 게다가 잇단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율이나 공시가 등을 인상해 온 상황에서 추가적인 세금 인상은 더 큰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서울시 귀속분이 큰 개발부담금이나 기부채납액도 서울시장이 임의로 기금화할 수 없고, 정비사업의 진전이 어려운 상태라 기대하기 힘들고요.

여러모로 재원 마련이 어려워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학 정도의 수준에서 말한 것(신년사를 발표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건 실무진에서 검토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실현 가능성 낮고 사회적 갈등 커질 우려도

서울시 내 분위기와 달리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세금과 관련해서는 법을 만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안이고요. 이에 앞서 사회주의적 개념 등으로 인한 이념논쟁이나 정치적 공방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에도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도입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이 갖고 있는 부동산을 공공 소유로 바꾸기 위해서 국민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걷겠다는 개념이라 과한 제도"라며 "게다가 조세법률주의에서 세금에 변화를 주려면 국회에서 법률을 만들거나 개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논의했던 문제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두 위원은 "국민 공유제라는 개념 자체가 해석에 따라 진영 논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며 "공공이 절대 선인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문제고 국가나 공공이 독점점으로 운용하겠다는 것도 시장 경제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투기 등 부동산 시장의 여러 이슈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택 보유자를 규제할수록 그 부담이 전세 세입자에 전가되면서 전세 가격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다"며 "여러 모로 부작용이 많고 실현 가능성은 낮은 제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국민 공유제를 통한 임대주택에 살게 된 사람들도 결국 분양받길 원하기 때문에 기존 소유권이 있는 주택은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아울러 세금은 점점 무거워져 전월세 가격이나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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