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아파트 단지들이 숙원인 '재건축'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던 11개 단지 중 6개 단지가 조건 없는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단지들도 빠르게 안전진단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설 예정이다.
다만 재건축사업이 궤도에 올랐으나 집값 상승 등 시장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안전진단 이후에도 긴 절차가 남은 데다 고금리, 부동산시장 침체로 정비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목동은 토지거래허가제 탓에 거래 활성화가 원천적으로 어렵다.
2년 만에 안전진단 졸업
서울 양천구청은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의 안전진단 등급이 '조건부 재건축'에서 '재건축'으로 변경됐다고 10일 밝혔다. 기존 재건축 판정을 받은 6단지를 포함해 목동 신시가지에서 즉시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이제 총 7곳이다.
양천구의 또 다른 정비사업장인 신월시영(2256가구)도 이날 재건축 변경 통보를 받았다.
주민들은 즉시 정비계획 수립에 나서겠다며 반색했다. 목동 12단지는 오는 14일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고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단지들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비계획 입안을 서두를 계획이다.
이들 단지는 2차 안전진단인 적정성 검토 없이 바로 다음 절차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재건축은 통상 △정비계획 수립 △사업 시행 △관리처분 △사업 완료의 순서를 따른다. 정비계획은 토지등소유자의 60% 이상이 동의해야 입안할 수 있다.
목동 10단지 관계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재건축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정비계획 입안 등 앞으로 남은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재건축'도 희망적
목동 신시가지 1·2·4·8·13단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유지된다. 다만 5일부터 조건부 재건축 시에도 2차 안전진단 의무가 폐지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담당 지자체인 양천구청은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강조했다.
앞서 2차 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 결과를 받아 재건축이 불가했던 9·11단지도 안전진단 재신청을 준비 중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관련 기준 개선에 따라 9·11단지도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재건축 3대 대못' 다 뽑혔다…목동·노원 등 공급 얼마나?(2022년 12월8일)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1차 안전진단을 추진한 지 약 2년 만에 7개 단지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이 통과됐다"며 "앞으로 구민의 오랜 열망인 재건축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목동 재건축에 탄력이 붙은 건 지난 5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정부는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배점을 높였다. 조건 없는 재건축 기준도 기존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넓혔다.
재건축 판정을 받은 목동 3·5·7·10·12·14단지와 신월신영은 모두 2년 이상 2차 안전진단 단계에 머물렀다. 관련 기준이 강화된 2018년 이후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는 전국에 한 곳도 없고, 조건부 재건축의 경우 구조안전성 등 평가항목이 까다로워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했다.
고금리·시장침체, '속도전' 어렵다
안전진단을 졸업했지만, 집값 상승 가능성은 적다. 고금리, 부동산시장 침체로 재건축에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건설사와 조합 모두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 재건축 동의율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조합과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주비 대출 무이자 혜택을 중단했다. 사업비 대출 이자가 인상돼 조합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목동 신시가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조차 쉽지 않다. 일정 규모 이상 토지를 매매할 때 구청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주거용 토지는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오는 4월26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만료될 예정이라 해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서울시는 검토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현시점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한 바 없다"며 "지정만료 시점에 부동산시장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연장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정비사업은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업 진척 자체가 쉽지 않다"며 "금리와 실거주 부담도 여전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매수세가 붙긴 어려워 보이고, 하락하던 집값이 진정되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