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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반포' 꿈꾸는 흑석11구역, 착공 앞두고 'U턴' 할까

  • 2024.09.09(월) 06:36

이주 마치고 철거하다 '촉진계획 변경' 준비
'용적률 250%, 300가구 증가' 서울시 제안
사업지연, 공사비 우려…시 "통합심의로 단축"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흑석11구역이 철거 단계에서 때아닌 설계변경 이슈로 고심하고 있다. 현재보다 용적률을 높이고 가구 수도 늘리는 제안을 서울시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설계변경이 이뤄지면 흑석11구역 재개발의 사업성은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시공사와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상승을 '직격탄'으로 맞을 수 있고, 절차를 다시 밟으면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조합은 다음 달 조합원 총회를 열어 계획 변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흑석동 전경 /자료=동작구

공사비 4500억원 규모…'서반포' 논란은 해프닝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은 흑석동 일대 8만9332㎡ 부지에 최고 16층, 25개동, 1522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2021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당시 총공사비는 약 4500억원, 3.3㎡(평)당 공사비는 540만원에 책정됐다.

흑석11구역은 2012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2015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7년 서울 재개발 최초로 신탁 방식을 도입하며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지정했다. 2019년엔 서울시의 '도시·건축혁신' 1호로, 이듬해는 신속통합기획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다. 그리고 2022년 8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며 '9부 능선'을 넘었다.

흑석11구역은 흑석뉴타운 가운데 가장 동쪽에 있어 서초구 반포동과 가깝다. 최근 단지명이 '서반포 써밋 더힐'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우건설이 수주 당시 '서반포'를 강조한 데 이어 한국토지신탁이 지난 4월 보도자료에 '서반포 써밋 더힐'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조합과 시행사, 시공사는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해명했다.

흑석11구역 위치도 /자료=서울시

市 용적률 상향 제안…임대 내주고 1800가구 대단지로?  

올해 초 철거 공사에 돌입해 사업 속도를 내던 흑석11구역은 최근 서울시의 제안을 받고 촉진 계획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최형용 조합장은 지난달 30일 공지를 통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서는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는 취지와 함께 흑석11구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대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조합장은 "현재 건축심의 후 사업시행인가를 통해 착공이 임박했으나 용적률 허용을 통해 최소 200~300가구를 늘릴 수 있는 협의를 동작구청, 서울시와 진행 중"이라며 "늘어나는 연면적의 50%는 임대주택 가구 건립을 통해 서울시에 매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계획이 협의되면 10월 중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추석 전 개략적인 계획안을 안내해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조합에 따르면 이번 제안이 성사되면 흑석11구역의 용적률은 205%에서 250%로 올라간다. 경관지구라 서달산 7부 능선보다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없는 규제도 현충원 안에서 보이지 않는 조건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최고 층수는 16층에서 18층으로 높아지고, 가구 수는 약 1500가구에서 1800가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재정비촉진과 관계자는 "최고 층수가 변동될 순 있겠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설계는 지리와 입지를 고려할 때 이 정도 규모와 높이가 적합하다는 전문가 자문에 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적률을 완화하면 분양주택만큼 임대주택 연면적도 늘어나야 한다"며 "동일 평형으로 짓는다고 가정하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가구 수가 똑같이 증가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건축심의 통과 당시 흑석11구역 조감도 /자료=서울시

2년전 관리처분인가 받았는데…설계변경 후 다시?

착공 단계를 앞두고 사업시행인가 변경 단계로 되돌아간다면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조합은 설계 변경을 반영한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구청에 제출한 뒤 각종 영향평가를 거쳐 변경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 등 인허가 절차를 마쳐야 착공할 수 있다.

조합원의 종전 재산권을 정비사업 완료 후 배분하는 계획인 관리처분계획 관련 절차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다시 짜 조합원 총회를 통과한 뒤 공람 후 인가까지 새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변경을 기정사실로 보는 이들도 있다.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철거가 거의 끝나고 착공 직전인데 용적률 250%, 300가구 증가를 반영해 설계를 다시 하기로 했다고 한다"며 "설계변경 때문에 사업이 1년 정도 늦어져 입주는 2029년말로 미뤄질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통합심의를 통해 사업 기간을 최적화하는 것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단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최대한 인허가 기간 내 맞춰서 착공에 돌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를 끝내야 하고 공사비도 물가지수를 반영해 협상해야 하는 만큼 착공은 내년 이후가 될 것 같다"며 "흑석11구역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아니라서 후분양 메리트가 있진 않다. 착공 시점에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주택을 절반 내주더라도 단지 규모나 층수, 분양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사업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용적률 상향에 따라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가구가 증가할 수 있어 일반분양가와 상품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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