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분양받은 공공택지를 '손절'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금호건설과 동부건설이 대표적이다. 두 건설사는 분양받은 인천 공공택지를 부실 사업장으로 보고 이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는 판단이다. 사업을 끌고 갈 때 생길 수 있는 더 큰 손실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금호건설, 검단 땅 198억원 계약금 포기
금호건설은 지난 2021년에 LH의 '인천검단 P1 설계공모형 공동주택 용지' 공급 공모 당선자로 선정됐으나 지난해 사업을 포기했다. 금호건설은 공급가(1979억원)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했으나 이를 몰취당했고 지난해 3분기 관련 비용을 판관비에 계상했다.
금호건설은 민관합동사업인 이 사업을 통해 인천 검단신도시 내에 지하2층~지상 최고 25층 높이 공동주택 9개동에 837가구와 도시지원시설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근린생활시설 등 도시지원시설의 사업성이 낮을 것으로 봤다.
더불어 원자잿값 상승도 금호건설의 공공택지 사업 추진을 어렵게 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3분기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원가에 1189억원의 비용을 추가 반영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민관합동사업은 공사비 상승을 반영할 수 없는 사업구조한계가 있어 사업 진행시 추가 손실도 예상돼 해약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공택지 해약 비용 반영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원가 부담 등으로 금호건설은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누적 매출원가율이 104.9%였고, 18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1조9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감소했다.
동부건설, 영종도 자체개발사업 계약해지
동부건설도 지난해 7월 영종 하늘도시 주상복합 사업을 포기했다. 이 사업은 인천 영종도에 지상 2층~지상 최고 49층 1296가구를 짓는 내용이다.
동부건설은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해당 부지를 약 3025억원에 낙찰받았다. 자회사 와이제이글로벌개발이 자체사업으로 진행해 사업자금을 직접 조달해야 했다. 공사비는 4011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이 같은 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동부건설은 판단했다.
와이제이글로벌개발은 사업 추진을 위해 76개의 단위농협 대주단으로부터 2042억원을 빌렸다. 연 이자율은 5.4%로 용지매매계약에 따른 납부금액 중 중도금반환채권 등을 담보로 했다. 동부건설에게도 같은 이자율로 575억원을 빌렸다. 분양이 원활하지 않아 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관련 이자 비용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
동부건설은 공공택지 계약 해지에 따른 손실 반영으로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당시 토지매매대금의 10%인 30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으나 해약으로 손실처리가 이뤄졌다. 이 같은 비용이 더해지며 지난해 영업손실 9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6883억원으로, 전년(1조9000억원) 대비 11.1% 감소했다.
공공택지 '벌떼입찰'도 많았는데…
LH에 따르면 지난해 LH로부터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았다가 계약을 해지한 필지는 총 25개다. 공급금액 기준으로는 2조7052억원 규모로, 건설업계가 몰취당한 금액만 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에 건설사들이 해약한 공공택지는 1필지도 없었다.
지난해 1월에도 우미건설 계열사 심우건설이 '인천 가정2지구 우미린 B2블록' 사업을 취소했다.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에 65억원의 계약금 손실을 감수하고 택지계약을 해지했다. 반면 제일건설처럼 분양아파트를 지으려던 택지를 민간임대로 돌려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사전청약 취소 뒤 민간임대 전환, 가능할까?(2024년 12월16일)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사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침체한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호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단과 영종 등 공공택지 계약해지가 잦았던 인천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가 1546가구를 기록했다. 2020년 12월말에는 103가구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15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택지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에 매각에 나섰던 공공택지 물량 중 25필지가 유찰되기도 했다. 전년도에는 9필지가 유찰됐으나 1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에는 공공택지를 사서 개발사업을 진행했을 때 많은 수익이 발생해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최근 시장 상황에서는 좋은 분양 성적을 장담하기 어려워 사업 참여에서부터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