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이 세입자를 위한 측면도 있지만 집주인을 위한 대출 아니냐. 이것도 집값을 올리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어떻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열린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전세를 너무 쉽게 얻는 바람에 집값이 폭등했다"며 "지금부터는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되 청년이나 신혼부부, 생애 최초 차주에 대해서는 '핀셋'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1억원 규제에 집주인 '한숨'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때 활용하는 전세 퇴거자금 대출이다. 기본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 내에서 세입자 보증금 범위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27일 시행된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수도권·규제 지역은 한도가 1억원으로 축소됐다. 다주택자는 대출이 아예 불가해졌다.
당시 조치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제 집에 들어가려던 집주인들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부동산토론회.kr' 홈페이지엔 '퇴거', '반환'을 포함한 국민 제안이 102건(28일 기준) 올라왔다. 이들은 저마다 사정이 달랐지만 "투기가 아닌 실거주 목적이니 1억원 대출 한도를 늘려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9월 서울 집을 매수한 강 모 씨는 바로 입주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내년 초 만기가 되는 전세를 끼고 샀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살려고 하니 주담대가 막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 모 씨는 자녀 교육과 직장 문제로 전세를 놓았다고 한다. "전세 기간이 끝나면 입주하려고 계획 중이었는데 차질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정 모 씨 역시 육아 문제로 서울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경기도에서 처가살이 중이다. 그는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 모 씨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해 전세사기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규제 전에 샀는데, 왜…"
6·27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집을 사고 세입자를 받은 집주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규정상 주택 취득일과 임대차계약 체결일이 지난해 6월27일 이전이면 1억원을 초과해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출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은행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모 씨는 부모님 집에 살면서 결혼 준비를 했고 결혼 후 배우자와 집을 합칠 생각으로 집을 마련했다. 그는 "규제 전에 매수하고 세를 줬지만 은행들이 보수적인 접근과 자체 규제로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2024년 집을 산 한 모 씨는 "유학을 마치고 이제 실거주하려는데 모든 은행에서 철퇴를 맞았다"고 말했다. 캐피탈 한 곳은 그에게 이자율 8.94%, 중도상환수수료 2%를 제시했다. 또 보험사로 대환대출하거나 편법으로 사업자 대출을 받으라는 권유도 있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민원 창구에도 비슷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기존 세입자와의 전세 계약을 2025년 6월27일까지 체결하고 '은행업 감독규정'상 세부 요건을 준수한 경우 1억원을 초과해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이달에도 내놨다. 다만 "대출 취급 여부나 규모는 은행이 관련 법규와 자체 리스크 관리 기준 등 내규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구체적인 대출 요건, 규모에 대해서는 대출을 실행할 금융기관을 통해 확인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서 얘기하는 요건은 후속 임차인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임대인이 전입하는 경우로 나뉜다. 내 집에 들어가 살려면 △보증금 반환 목적 외 사용하면 안 되고 △자력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야 하고 △대출 취급일 기준 1개월 이내에 은행에 전입신고를 제출하고 그 주택에서 2년 동안 거주해야 하고 △2년 이내에 후속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대출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데도 대출이 안 나온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출 상담을 받아보니 "1억원까지만 나온다"는 곳도 있고, "임차인 보증금에서 (집주인이 거주 중인) 본인 보증금을 뺀 금액만큼 나오긴 하는데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확답할 수 없다"는 곳도 있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는 상황에서 은행권 자율에 맡긴다면 대출을 쉽게 내줄리 만무하다. 게다가 대통령이 퇴거 대출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금융사 또는 영업점별 해석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면 실수요자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집주인들이 요구하는 건 하나다. "나도 내 집에 들어가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