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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대란]②농어민에 '몰아주기'

  • 2014.11.12(수) 17:51

지역구 겨냥 '농어촌 감세'…중복 법안도 상당수
中企·근로자도 우선 순위…신용카드 혜택 연장

세금 감면이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순 없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서민들은 허탈해지고, 근로자의 세금감면 방안을 내놓으면 개인사업자가 서운해 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법인세 감면도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세금을 깎는 것일까.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상정한 162개 세법 개정안 가운데 104개 감세 법안의 수혜 계층을 분석했다. 역시 세금 감면에는 확실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 농어촌을 살리자

 

올해 연말 국회에서 논의할 감세 법안의 수혜자는 농어민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104건의 감세 법안 중에 25건(24%)이 농어민을 위한 세금 감면이었다. 주로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를 의식해 감세 법안을 쏟아낸 것이다.

 

내용에서도 중복되는 법안이 대부분이다. 농어업용 기자재와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감면을 연장하자는 법안은 국회의원 5명(정성호·박명재·김재윤·김종태·김영록)이 제출했다. 각각 일몰 연장 연도만 다를 뿐 유사한 내용이다. 농협이나 수협 등 조합에 대한 과세특례 법안도 5명의 국회의원(나성린·김춘진·오제세·박명재·전순옥)이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각각 영농자녀에게 농지를 물려줄 경우 증여세를 감면해주는 조항을 2017년까지 연장하자는 법안을 나란히 냈다. 만약 이들 법안이 모두 통과되더라도 12건의 법안 중 실제 효력을 발휘하는 법안은 3건에 불과하다. 감세를 향한 목소리가 알고 보면 다 똑같은 얘기였던 셈이다.

 

◇ 中企에 대한 특별한 관심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법안은 20건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일반기업에 대한 감세 법안이 11건(11%)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원들이 중소기업에 2배 가까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윤호중 의원은 중소기업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특별세액공제의 일몰을 3년간 연장하는 법안을 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2017년까지 3조6700억원의 세금을 중소기업에게 깎아주게 된다.

 

내용이 겹치는 법안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은 유럽의 '특허박스(Patent Box)' 제도를 국내에 도입해 중소기업의 특허권 관련 소득의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규정을 3년간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렇게 중복된 법안들은 병합 심사되는데,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통과될 가능성도 크다.

 

◇ 근로자를 위한 선물

 

근로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은 18건(17%)으로 개인사업자(7건)의 두 배가 넘었다. 주로 연말정산의 세금공제 혜택을 늘리는 내용인데, 정책 목적에 따라 수혜 대상은 더욱 세분화됐다. 도서구입비에 1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를 신설(장병완 의원 발의)하거나, 아이돌봄서비스 비용에 특별세액공제를 적용(남인순 의원 발의)하는 등 도서와 육아 관련 지원 법안이 대표적이다.

 

통신비에 대해 연간 20만원의 특별세액공제 혜택을 부여(김관영 의원 발의)하고, 예비군 훈련기간에 대해 최저임금을 계산한 소득공제를 적용(김광진 의원 발의)하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개인사업자에게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의료비와 교육비 특별세액공제를 도입(홍종학 의원 발의)하자는 법안도 있다.

 

신용카드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개인사업자 모두에게 세금 혜택이 돌아간다. 올해 일몰 예정인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규정을 3년간 연장하고, 개인사업자의 신용카드 부가가치세 우대 공제율 적용 조항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매년 연말 국회를 뒤덮어 온 감세의 물결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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