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이탈리아 등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나?"
"적절한 때라면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한국이나 이탈리아에서 오는 많은 사람을 체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 방문 제한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국무부 역시 이날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 재고’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2일 2단계 ‘강화된 주의’를 발령한지 불과 나흘 만이다. 4단계는 '여행 금지'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계속 급증한다면 내려질 수 있는 조치다. 4단계가 발령되면 미국 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자칫 입국 금지 등의 조치가 내려지면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 서둘러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LPGA 투어는 3월 20일 개막하는 파운더스컵부터 7월 중순 열리는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까지 미국을 벗어나지 않고 대회가 개최된다.
박인비(32)는 26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16일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을 제패하고 17일 귀국했던 박인비는 당초 국내에서 훈련을 하고 내달 초에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자 출국 일정을 당겼다.
박인비는 시즌 첫 우승으로 도쿄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면 올림픽까지 남은 대회에서 세계랭킹 포인트를 쌓을 수 없기 때문에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발빠르게 미국으로 건너가는 이유 중 하나다.
유소연(30) 역시 26일 미국으로 떠났고, 호주 대회를 포기하고 국내에 머물렀던 박성현(27)은 지난 22일 서둘러 출국길에 올랐다. 김효주(25)는 3월 초에 잡혀있던 후원사 광고 촬영을 모두 취소하고 27일 출국한다.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은 아예 귀국을 포기하고 미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지난 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훈련 캠프로 떠났던 고진영(25)은 당초 26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고진영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7주 동안 전지훈련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지만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얘기도 빼먹지 않았다. 고진영은 "코로나19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두렵게 하고 겁을 많이 주는 상황이다. 특히 대구 경북 지역의 피해가 커서 걱정이다. 모두들 힘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파운더스컵을 올 시즌 첫 출전 대회로 정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훈련하고 있는 김세영(27)은 가족들의 만류로 한국행을 취소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개 대회를 소화한 김세영 역시 파운더스컵을 통해 시즌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