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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던 신세계` 자신감 붙은 이유는

  • 2014.08.21(목) 14:59

에브리데이·점포출점 등 민감한 이슈도 언급
골목상권논란 불구 편의점 '위드미' 공식출범
비전 제시하고 보폭 넓히는 '오너십' 본격화

"에브리데이도 거봉포도를 판매합니다"

이마트가 기자들에게 보내는 보도자료에 얼마전부터 작은 변화가 생겼다. 골목상권침해 논란을 의식해 점포가 몇 개인지도 밝히지 않던 '에브리데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에브리데이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다.

비록 보도자료 말미에 '이마트뿐 아니라 에브리데이도 한다'며 살짝 끼워 넣는 식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에브리데이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던 그동안의 소극적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이마트는 최근 한달간 에브리데이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 4건을 냈다. 에브리데이로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던 설움의 시간이 걷히고 있는 셈이다.

 

◆ 침묵 깬 이마트


달라진 행보는 또 있다. 이마트는 지난 13일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 수원점 오픈 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에는 경남 양산시 양산점 오픈 이후 한달만에 새로운 점포를 열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그간 대형마트들은 신규점포를 냈어도 지역상인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오픈 사실을 언론에 알리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2012년부터 시행된 대형마트와 SSM 영업규제 이후 이러한 기류가 심해졌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 수원점 오픈 자료를 통해 그동안의 침묵을 깼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편의점 '위드미'다. 지난 2012년 편의점 진출을 사실상 결심했음에도 1년반을 `좌고우면`했던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서울 신세계조선호텔에서 편의점 진출을 공식 선언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90여개 매채, 1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신세계그룹은 로열티·24시간영업·위약금이 없는 편의점 모델을 앞세워 골목상권침해 논란에 정면대응하는 방식을 택했다. 에브리데이 사업을 조용히 시작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룹이 성장할 땐 몰랐던 위기를 지난 2년간 한꺼번에 겪으면서 무언가 해야할 땐 머뭇거려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보폭 넓히는 오너

 

이 같은 변화는 정용진 부회장의 부상과도 맞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임원 120여명이 참석한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앞으로 10년간 31조원을 투자하고 17만명을 고용하겠다는 장기비전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이기에 가능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발표 이후 신세계그룹은 성장동력발굴에 더욱 적극성을 보였고, 민감한 이슈는 언급을 꺼리던 기존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바꿨다.

정 부회장 본인도 대학생을 상대로 인문학 강의를 하는 등 대외행보를 넓히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르네상스를 꽃피우는데 기여한 이탈리아의 부호 '메디치 가문'에 빗댔다.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사업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경쟁사 한 임원은 "기업의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리스크를 감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오너 경영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신세계가 이 점에 눈을 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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