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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그날 롯데호텔 34층에선 무슨일 있었나

  • 2015.10.18(일) 16:14

집무실 인터뷰, 신격호 총괄회장 '자청'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거처하는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은 그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으며 비상계단도 막혀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곳이다. 오직 엘리베이터용 특수 '키'가 있어야 34층의 문이 열린다.

 

지난 16일 이 곳이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무릎에 담요를 덮고 있던 신 총괄회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언론과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여러 언론을 만나 인터뷰를 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 7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이후는 물론 그 전에도 신 총괄회장은 외부와 접촉을 꺼려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날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관할권을 둘러싸고 양측(신동빈과 신동주)의 충돌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롯데호텔 1층에는 50여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그러던 중 34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기자들이 몸을 실었다.

 

기자들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 앞에 30여분간 장사진을 이뤘다.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집무실 밖에 늘어선 기자들에게 '누가 34층으로 올라오도록 했느냐'며 되물었다. 현장에서 벌어질 일을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상무는 34층의 집무실 관리를 위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1층 로비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었다.

 

신동주: 신문기자들은 나쁜 사람들입니다.
신격호: 왜, 신문사가 나쁜 것만 적냐?
신동주: 아버지가 판단력이 없다는 나쁜 것만 적으니깐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신격호: (기자들을) 만나서 얘기하자.
신동주: 거짓말을 만들어서 쓸 수도 있으니 위험합니다.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신격호: 만나도 되지 않겠냐.
신동주: 기자가 많이 와서 막지 못했습니다. 만나도 될만한 신문사나 TV 매체를 데려오겠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SDJ측 관계자에 따르면 집무실 안에선 신 총괄회장과 그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이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롯데호텔 34층은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집무실, 침실, 사무실 등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집무실은 침실과 미닫이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연결돼있다. 침실을 통하면 집무실까지 들어갈 수 있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집무실 정문은 굳게 닫아걸었지만 침실쪽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몇몇 기자들을 발견하고도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했을 뿐 제지하지 않았다.

 

인터뷰 여부를 두고 한참 승강이를 벌이던 부자는 결국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으로 귀결됐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풍습을 봐도 후계자는 장남이 되는 게 당연하다"며 장남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했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아버지의 지지를 여러 언론 앞에 내보이는 성과를 냈지만, 그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회장이 언론에 대한 상당한 불신이 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이 여러번 말해야 알아들을 정도로 귀가 잘 들리지 않았으나 의사소통을 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날 인터뷰도 최종적으로는 신 총괄회장 본인이 자청했다.

 

롯데호텔 34층이라는 비밀의 문을 열어놓고도 "언론과 인터뷰는 안된다"며 신 총괄회장을 만류하던 신동주 회장의 입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어쨌거나 인터뷰를 갖기로 한 것은 아버지의 결심이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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