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한미약품, 8조 계약에도 신용등급 그대로..왜?

  • 2015.12.01(화) 17:28

신약개발·시설투자로 재무건전성 '미흡'
7천억원 확보 불구.."더 벌어야 신용등급 상향"

한미약품은 올해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호재를 터뜨리며 계약금으로만 7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사들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조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신용평가회사들은 한미약품의 신용등급 상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1일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미약품의 신용평가등급을 '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물론 회사의 재무상태가 건전한 상태에서 7000억원의 현금유입은 신용등급이 높아질 수 있는 조건이다. 신용평가 전문가들이 한미약품의 신용등급 상향여부를 두고 머뭇거리는 이유도 회사의 재무구조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앞서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입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수익을 내지 못해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이 향후 현금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회사의 체질이 개선되어야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 "8조 계약..손에 쥔 현금은 1000억"

 

한미약품은 올해들어 8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 신기록을 세웠다. 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지난 3월 스펙트럼과의 계약을 포함해 올해 한미약품이 맺은 수출계약은 총 6건이다.

 

기술수출에 따라 8조원의 현금이 한미약품에 일시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계약과 더불어 한미약품이 지급받는 현금은 총 7000억원 규모의 계약금이다. 이 중 올 3분기까지 한미약품에 실제로 유입된 현금은 1180억원이다.  이번달 체결한 2건의 계약에 따른 6000억원이 넘는 금액은 미국에서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가 남아 있어 회사에 아직 유입되지 않은 상태다.

 

총 8조원 규모의 계약 중 계약금을 제외하고 7조원이 넘는 금액은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 금액은 향후 신약 개발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칠 때마다 나눠서 지급될 예정이다. 물론 개발중인 신약물질이 상품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신용평가 전문가들은 회사에 '실제로' 유입된 현금에 주목하고 있다.

 

서호익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사노피와의 신약수출을 계기로 한미약품의 신용등급 상향을 검토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계약금이 확실히 들어오는지는 모니터링해야할 사항"이라며 "기술수출한 신약의 연구개발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계약에 따른 현금이 한미약품에 들어오는지도 신용평가에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버는 현금 없고 돈 쓸 일만 많았다"

 

신용평가회사들은 현금이 들어온 이후의 상황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실시 이후 의료계에 한미약품 불매운동이 일면서 회사의 자금사정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한미약품은 쌍벌제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국내 제네릭(복제약)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익성은 둔화됐다.

 

반면 연구개발비와 생산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비용은 큰 폭으로 늘면서 회사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1년 매출액 대비 11% 수준이었던 연구개발비용을 매년 증액해 2014년에는 20%를 투입했다. 경상개발비 부담 역시 지난 2010년 10%에서 2014년 18%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2013년 이후 원료의약품·바이오의약품 관련시설 등을 짓기 위한 투자비용이 증가해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은 10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차입금은 지난해말 기준 2700억원에 달했다.

 

영업과 투자 등으로 현금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자 지난해 2월 한미약품은 9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현금을 마련했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빌린 돈을 갚기도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올해 신약기술 수출로 죽다 살아나"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약품은 올해 잇따라 체결한 기술수출 덕분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한미약품에 계약금이 유입돼 회사의 재무구조가 극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회사가 본질적인 체질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미약품의 사업이 앞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수출한 신약기술이 추가적인 임상시험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안경훈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중국과 한국에서의 임상시험을 한미약품이 진행하게 돼 추가적인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확대된 임상연구 관련 비용과 투자가 얼마만큼 지속될지 여부가 회사의 현금흐름전망의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약품이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현금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라고 판단될 때 신용등급을 상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