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 이학선 기자] 2일 오전 방문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롯데마트 양덕점은 막바지 개점 준비로 분주했다. 4층 주차장에선 빨간 상의를 입은 주차요원 10여명이 모여 차량안내 요령을 익혔고, 지하 1층 신선식품 매장에선 진열대 위의 배와 감의 위치를 바로잡느라 직원들의 손놀림이 부산했다.
양덕점은 전국 116개의 롯데마트 점포 중 한 곳에 불과하지만, 롯데마트는 이곳을 '3세대 대형마트'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저렴한 가격(1세대 마트)과 다양한 상품(2세대 마트)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던 대형마트가 온라인과 모바일쇼핑이라는 경쟁자에 맞서 새롭게 선보인 점포가 양덕점이라는 것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의 매출은 45조1000억원으로 대형마트(38조5000억원)를 훌쩍 제쳤다.
▲ 롯데마트 양덕점 지하 1층 신선식품 매장에 진열된 버섯. 바구니에 담아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
◇ 고객동선을 잡다
양덕점은 국내 대형마트에서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원웨이(One Way)' 동선을 채택했다. 기존의 대형마트가 고객들이 매장 이곳저곳을 누비벼 상품을 고르게 했다면 양덕점은 상품이 있는 곳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매장구조를 짰다.
지하 1층에는 폭 5m의 동선을 따라 과일과 야채, 수산물 코너를 배치했고 매장 끝에 다다른 고객이 코너를 돌면 눈 앞에 쾌적한 느낌의 가공식품 코너가 펼쳐진다. 이 코스를 돌아 무빙워크를 타야 1층 계산대가 나타나고, 다른 쇼핑코스로 발길을 옮길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상품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고객들의 쇼핑이동 거리도 줄어든다는 게 롯데마트측의 설명이다.
▲ 양덕점은 폭 5m의 넓은 동선을 확보했다. 고객동선에서 바라본 상품진열대 장면. |
◇ 백화점식 진열, 조명의 기술
상품을 최대한 눈에 띄게 하려는 시도는 벽면 진열대 높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천장까지 닿을 정도의 높이 3m의 진열대 위에는 과자와 기저귀 등의 상품이 빼곡하게 채워져있다. 서현선 롯데마트 상무는 "멀리서 봐도 저리로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일부러 진열대 높이를 60cm 가량 높였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는 밝다'라는 공식도 깼다. 양덕점의 신선식품 매장은 다소 어두웠지만 상품의 고급스러움은 한층 두드러졌다. 가령 사과를 진열할 때 주위 조명을 어둡게 하고 대신 핀조명을 사용해 사과 자체를 부각시키는 방식을 썼다. 버섯도 바구니에 풍성하게 담아 식감을 자극하는 백화점식 진열법을 선보였다. 상품 자체가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매장 분위기에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 양덕점에 문을 연 롯데마트의 특화매장들. 위부터 페이지그린, 룸바이홈, 모터맥스. |
◇ 마트 안에 들어선 꽃집
양덕점은 롯데마트의 실험장이기도 했다. 1층에는 94평 규모의 카페형 원예공간인 '페이지그린'이 고객들을 맞는다. 대형마트 한켠에 임대매장 형태로 꽃집을 두는 경우는 있어도 양덕점처럼 꽃집을 1층 핵심공간에 배치한 곳은 드물다. 특히 페이지그린에선 차와 책을 함께 팔아 쇼핑을 나온 고객이 잠시나마 '힐링'을 느낄 수 있게 매장을 구성했다.
집 꾸미기에 관심있는 주부에게는 '룸바이홈'(홈퍼니싱매장), 자동차 마니아인 남편을 위해선 '모터맥스'(카퍼니싱매장)를 따로 연 것도 특징이다. 양덕점에는 이 같은 특화매장 7개가 있다. 롯데마트는 이들 특화매장의 성과가 좋을 경우 다른 점포에도 도입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상품을 파는 공급자 중심의 쇼핑공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공간으로 대형마트가 거듭나야 한다"며 "이번 양덕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