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텃밭을 가꾸고 스포츠를 즐기는 여가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상품 판매를 중심에 둔 기존 전략만으로는 온라인으로 빠져나가는 고객을 붙잡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서울 구로점 '페이지그린' 매장 안에서 채소를 가꿀 수 있는 텃밭을 분양한다고 25일 밝혔다. 선착순 여덟 가족에 무료로 분양하며, 가족당 2개월간 텃밭을 가꿀 수 있다.
분양 받은 텃밭은 영업시간(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내 아무때나 들러 가꿀 수 있다. 실내 텃밭이지만 태양광 조명을 사용해 채소 재배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
텃밭의 총면적은 3.64㎡로 1평이 약간 넘는다. 넓은 면적도 아니고 매장내 일부 공간을 텃밭으로 제공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대형마트의 말 못할 고민이 녹아있다.
▲ 롯데마트 광교점에 자리잡은 '페이지 그린 텃밭'. |
현재 대형마트는 내수침체와 온라인쇼핑의 부상으로 매출이 사실상 정체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판매액은 48조6450억원으로 온라인쇼핑(모바일 포함 53조9340억원)에 밀렸다. 오프라인 매장의 차별화된 장점을 내세우지 못하면 유통공룡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형마트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롯데마트는 침체의 탈출구를 쇼핑과 휴식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에서 찾았다. 실제 차를 마시며, 꽃을 구경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인 페이지그린이 입점한 부평점과 광교점의 경우 원예용품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0~20배 가량 신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의 강세 속에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형마트만의 강점을 살려 부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올해까지 총 20개 이상 점포에 페이지그린 텃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문을 연 홈플러스 서수원점의 풋살파크 전경. |
홈플러스는 점포 옥상을 아예 체육시설로 바꿨다. 지난달 서수원점 옥상에 총면적 2910㎡ 규모의 풋살 구장을 선보였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유휴부지를 활용해 부가수익을 내고, 풋살 구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점포에 들러 쇼핑을 하는 '샤워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옥상을 활용한 풋살구장은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미국 마이애미 등에도 있다.
이동준 홈플러스 몰리빙팀장은 "앞으로도 전통적인 대형마트의 틀을 깨고 고객이 매장을 찾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체험형 가전매장 일렉트로마트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일산 이마트타운에 처음 등장한 일렉트로마트는 최근 경기도 성남에 독립매장을 열고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일렉트로마트는 기존 가전전문점과 달리 드론 체험공간을 만들고 무선조종차(RC카) 전용서킷을 두는 등 여러 체험공간을 갖춘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