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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카페베네 매각 '미스터리'

  • 2015.12.31(목) 17:02

국내 커피 프렌차이즈 업체 카페베네 ‘주인’이 창업주 김선권 회장에서 사모펀드 케이쓰리제오호(K3제5호)로 바뀌었다. K3제5호는 30일 전환상환우선주 149만1300주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 단숨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 회장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악화된 재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겼다. 전격적으로 진행된 카페베네 매각 과정은 몇 가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기고 있다.

① 카페베네 224억에 인수?

K3제5호는 작년 7월 카페베네 전환상환우선주 149만1300주를 224억원에 인수했다. 전환상환우선주는 만기 때 상환 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잡종)형’ 증권이다. 이때까지 만해도 K3제5호는 5%의 배당이익만을 받는 단순 투자자였다.

이번에 전환상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K3제5호는 단숨에 지분 84.2%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K3제5호가 보유하고 있던 149만1300주의 전환상환우선주는 보통주 4473만9000주로 30배 늘어났다. 전환가가 1만5000원에서 500원으로 30분의 1로 줄어들면서다. 결국 K3제5호는 224억원에 카페베네를 손에 넣은 셈이다. 카페베네가 전국에 8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헐값이다. 

반면 이번에 카페베네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K3제5호가 투자한 224억원은 회사로 유입됐다. 2008년 카페베네를 창립하고 한때 국내 최대 커피 프렌차이즈 업체로 키운 대가(프리미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셈이다. 특히 이번에 김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49.5%에서 7.3%로 확 낮아졌다. 창업주에서 소액주주로 전락한 것이다.

 

2012년 김선권(가운데) 대표가 카페베네 중국 진출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 회사 제공)



② 왜 전환가는 30분의 1토막 났나?

K3제5호는 작년 7월 전환상환우선주 1주를 1만5000원에 인수했다. 149만1300주의 총 인수금액은 223억6950만원. 전환상환우선주는 2025년까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었고, 행사가격(전환비율)은 기업공개(IPO)와 실적 등에 따라 변동되는 조건이었다.

이번 달 ‘변수’가 생겼다. 카페베네는 지난 10일 코스닥 상장사 플랜티넷을 대상으로 1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플랜티넷은 카페베네 주식을 주당 500원에 총 200만주를 인수했다. 작년 7월 K3제5호가 전환상환우선주 149만1300주를 224억원에 인수했는데, 플랜티넷은 고작 10억원으로 K3제5호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20일 뒤 K3제5호는 ‘반전 카드’를 꺼냈다. 지난 30일 카페베네 정정공시에 따르면 전환상환우선주 전환가격 미만의 발행가격으로 다른 보통주식이 발행되면, 전환상환우선주 전환가격도 그 기준에 맞춰 조정된다. 즉 카페베네가 이번달 유상증자에서 주당 500원에 보통주를 발행하면서, 전환상환우선주의 전환가도 500원으로 내려 간 것이다.

카페베네는 “12월24일 전환상환우선주에 대한 전환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우선주 149만1300주가 보통주 4473만9000주로 전환청구됐다”고 공시했는데, 12월24일은 플랜티넷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이다. 카페베네는 전환상환우선주 발행 첫 공시 이후 1년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핵심 정보를 ‘슬쩍’ 수정하면서 ‘부실 공시’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10억원짜리 유상증자가 카페베네 최대주주 변경의 ‘방아쇠’가 된 셈이다. 김 회장이 자신의 회사가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것을 알고도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는지는 의문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해외 사업과 국내 신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재무구조가 많이 나빠졌다”며 “이번 경영권 매각은 주주들이 합의해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③ 전환상환우선주로 재무 악화?

카페베네의 전환상환우선주 발행은 재무구조 개선용이었다. 카페베네는 회계상 자본과 부채의 성격이 혼재된 전환상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해 부채비율을 낮출 계획이었다. 실제로 작년 9월 카페베네는 전환상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했지만, 그해 12월 갑자기 부채로 변경됐다. 회사 측은 “전환상환우선주가 지분상품 분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금융부채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카페베네 부채비율은 작년 6월 589%에서 전환상환우선주가 발행된 뒤인 9월 311%로 떨어졌다가, 또다시 작년 말 711%로 확 뛰었다. 전환상환선주가 자본에서 부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카페베네는 결국 전환상환우선주 발행으로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회사 주인까지 바뀌는 비운의 운명을 맞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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