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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놓쳤다" 카페베네 대표의 '반성문'

  • 2016.03.28(월) 17:09

취임 6개월 최승우 대표 "많이 반성해"
"치열한 고민..심각한 문제 4가지 노출"
"동남아 해외 시장 의욕적으로 추진"

“내용물은 채우지 않고 빠르고 쉬운 성과에 집중하면서, 본질(커피)을 놓쳤다. 반성한다.”

최승우 카페베네 대표이사는 28일 카페베네 압구정갤러리아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반성'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썼다. 최 대표는 작년 10월 카페베네에 투입된 구원투수다. 당시 카페베네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자금난에 빠진 상태였다. 그는 “신사업 실패와 해외 손실로 자금 운용에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며 “해외투자가 유치되지 않아 암울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 취임 이후 6개월간 왜 회사 경쟁력이 약해졌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최 대표는 “국내서 가장 빨리 1000호점을 내는 성공신화를 쓰고, 해외서 상당한 성공경험이 있었지만 국내외 양적인 성장에 치우쳐 질적 개선을 하지 못하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고 결론내렸다.

 

최승우 카페베네 대표가 28일 간담회에서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 영문과를 나온 그는 소니코리아, 한국보랄석고보드, 한앤컴퍼니, 웅진식품 등을 거쳐 지난 말 카페베네 사장으로 영입됐다.


◇ 심각한 4가지 문제점

반년간의 고민 끝에 최 대표는 “4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우선 브랜드 문제다. 그는 “카페베네는 국내 커피 프렌차이즈 중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았지만, 선호도는 3~5위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한눈을 팔면서 본업에 소홀했다. 그는 “커피 맛과 서비스 품질 등 일관성있게 차별화해야 하는 것들을 등한시했다”며 “신사업에서 빚어진 손실 탓에 본업에 치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사업은 가장 아픔이 있던 부분”이라며 “중국에서만 80억원을 손실 봤다”고 말했다.

조직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그간 카페베네 경영에 대해 “톱다운(top-down) 방식의 직관에 의한 경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완전히 회사를 떠난 창업자 김선권 전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08년 카페베네를 창립 후 성공 신화를 썼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지난해 경영권을 모두 사모펀드(K3)에게 넘겨줘야 했다.

조직이 느슨해지면서 시장을 쫓아가지 못했다. 최 대표는 “커피시장도 오프라인에서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넘어가는데, 모바일 시장을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을 유인해야 했는데, (경쟁사보다) 뒤졌다”고 말했다.

 

2012년 김선권(가운데) 전 회장이 카페베네 중국 진출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중국에서 매장수 500여개를 넘기며 승승장구했지만, 합작사와의 경영 문제로 80억원을 손실을 냈다.


◇ 그래도 믿을 건 해외

카페베네는 작년 말 해외서 165억원을 투자 받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기업 합작사인 한류 벤처(Hallyu Ventures Pte. Ltd.)는 카페베네에 165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처도 최 대표가 연결했다. 그는 “해외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 애가 탔다”며 “인도네시아 식품회사(Food Empire)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곳으로, 자금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빨리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해외시장에 재도전 중이다. 중국에서 새로운 협력사를 찾고,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새 투자자는 동남아에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빠른 시간 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페베네는 현재 115개 해외 매장(중국 제외)을 2018년까지 5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해외는 의욕적으로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기초를 다지고 부실 요인을 제거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며 “2018년 매출 1323억원, 영업이익률 10%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상황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카페베네를 꼭 믿어달라”며 “투명경영을 강화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과거처럼 준비되지 않은 신사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며 “2018년까지 과거보다 본질에 충실한 펀더멘털과 시스템, 해외역량이 강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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