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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자들] 골목 속 코스트코 '왕도매'

  • 2016.01.07(목) 16:00

[유통업계의 다윗, 가격파괴자들]①(下)
천장까지 쌓인 상품, 하루 세번 배달
5000원도 안되는 치킨 한마리 가격
왕도매 인기 덕에 상차림식당도 성황

[이학선 기자, 이세정 수습기자]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왕도매 식자재마트 곳곳에는 '왕서방벨'이 설치돼있다. 매장을 둘러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벨을 눌러 직원을 호출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선 볼 수 없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실제 이곳 직원들은 금방 나가는 제품들을 채워 넣느라 바빴다. 진열대 앞에서 일일이 손님을 응대할 수 없어 고안한 장치지만, 왕서방벨 하나로 손님들은 '내가 대접받는구나'라는 위안을 느끼는 것 같았다.

 

▲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자리잡은 왕도매 식자재마트. 지난해 10월 축수산물 전문매장을 추가로 열었다.


왕도매는 창고형 매장이다. 대용량의 제품을 싸게 판매한다. 주된 고객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가정주부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한다"라며 장바구니에 어린이음료 20개를 담았다.

왕도매 건물은 2개동으로 나뉘어있다. 한쪽은 2013년 7월 문을 연 식자재마트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10월 추가로 오픈한 축수산물 전문매장이다.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있다.

먼저 문을 연 식자재마트는 천장 높이가 웬만한 건물 3개층을 합한 것보다 높다. 이병국 윈푸드 대표는 "진열대 상품이 다 팔리면 위에 쌓아놓은 상품을 아래로 내려 채우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창고가 필요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상품회전을 빠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천장높이를 높게 설계해 상품를 쌓아뒀다고 한다. 창고형 할인점의 대명사인 코스트코의 천장이 일반적인 대형마트보다 높은 것과 비슷한 이치다.

 

▲ 왕도매 식자재마트 2층에서 바라본 매장모습. 각종 상품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다.


건너편 축수산물 매장은 최근 문을 연 매장답게 넓고 쾌적했다. 흰색 천장에 흰색 냉장고 등으로 내부를 밝게 꾸몄다. 계산대 바로 옆에는 치킨 코너가 자리잡았다. 그릴치킨(전기구이통닭)은 4900원, 순살 프라이드 치킨은 7900원으로 여느 프랜차이즈 치킨점의 절반 가격에 판매했다. 한마리 5900원인 옛날치킨은 인기가 높아 곧잘 품절된다. 이 대표는 "생닭원가가 2000원인데 여기에 인건비와 식용유값을 더해도 마진이 남기 때문에 이 정도 가격이 적당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왕도매 뒤쪽에는 '황주막'이라는 식당이 있다. 저녁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손님들은 왕도매에서 구매한 생고기를 이곳에서 구워먹는다. 일종의 정육식당 같은 곳으로 어른 1인당 4000원을 내면 상추와 깻잎과 같은 야채부터 국과 해산물 등의 반찬을 무제한 먹을 수 있다. 왕도매의 직영점은 아니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정육식당 같은 곳을 찾다가 인연이 닿았다"며 "앞으로는 킹크랩이나 대게 같은 왕도매 수산물도 식당에서 먹을 수 있게 상인들과 제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왕도매 식자재마트 뒤편에는 상차림식당인 '황주막'이 있다. 왕도매에서 구입한 축산물을 이곳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


건물외형만 보면 왕도매를 규모가 큰 동네 슈퍼마켓 정도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왕도매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못지 않게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매장내 안내문부터 로고송까지 왕도매가 직접 만든다. 의정부 지역은 하루 3번, 양주·동두천·포천은 하루 2번 배송도 해준다. 이 대표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우리는 하루 두세번씩 하는 것과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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