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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바꾼 3500원짜리 도시락

  • 2016.01.15(금) 15:08

'백종원 도시락' 한달새 200만개 넘게 팔려
3000억 시장, 올해는 6000억대 성장 예상

"도시락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7~8명이 줄을 서있더라구요. 가끔 도시락을 사다 먹긴 하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조금 기다릴까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보니까 몇개 안남았더라구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이진경(35) 씨는 오전 11시30분께 여의도역 근처의 CU 매장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에 올라온 후기를 보고 도시락으로 한끼를 때우려 했으나 이 씨보다 발빠른 직장인들이 이미 편의점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입소문을 듣고 구입하려고 했던 도시락은 '백종원 도시락'이다. CU가 지난달 10일 내놓은 이 도시락은 한달만에 누적판매량 216만개를 기록하며 편의점 도시락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 중 인기가 많은 '백종원 한판도시락'은 소시지튀김과 계란구이를 비롯해 10가지 반찬을 담아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도록 구성했다. 가격도 웬만한 음식점 가격의 절반 이하인 3500원으로 책정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백종원 도시락은 출시 초기 7만~8만개였던 하루 판매량이 최근 10만개로 늘었다. CU는 전국 5곳의 제조센터 생산라인과 인력을 2배로 늘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린다. 이 도시락이 품귀현상을 보이자 몇몇 CU 매장은 사전 예약을 받아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이 국내에서 본격적인 확장국면에 접어든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경기침체와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끼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편의점들은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앞세워 도시락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GS25로 탤런트 김혜자 씨를 앞세워 2010년 9월 출시한 '김혜자 도시락'은 지금까지 누적판매량이 5800만개에 달했다. 지난해 판매된 김혜자 도시락은 1500만개. 20~30대 젊은층 사이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이르는 말)'가 뛰어난 도시락으로 불리면서 '갓혜자도시락', '마더혜례사 도시락'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편의점을 아예 도시락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도 등장했다. 세븐일레븐은 2014년 11월 서울 강남에 '도시락 카페'를 열어 편의점을 '잠시 들르는 곳'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공간'으로 바꾸는 시도를 감행했다. 불과 5년여 전만 해도 구색상품 정도로 취급하던 도시락을 편의점의 간판상품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 뒤 세븐일레븐은 걸그룹 멤버인 혜리를 앞세운 '혜리 도시락'을 선보여 9개월여만에 판매량 910만개를 기록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엔 혜리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인기를 얻은 덕분에 '혜리 도시락'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도시락은 물이나 음료와 같은 연관상품 매출을 끌어올릴 뿐더러 재구매율이 높은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CU가 자사 멤버십 회원을 분석한 결과, 백종원 도시락을 처음 구매한 뒤 1주일 이내 재구매한 비율은 약 64%에 이른다.

 

편의점들은 신규 도시락 출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CU는 이달 안에 새로운 '백종원 도시락'을 선보일 예정이고, GS25는 '건강'을 키워드로 '별미밥상'이라는 도시락을 새해 첫 먹거리 상품으로 내놨다. 세븐일레븐도 조만간 일반 도시락 가격의 2배 수준인 프리미엄 도시락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 시장규모는 지난해 3000억원에서 올해는 5000억~6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정훈 BGF리테일 간편식품팀장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도시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2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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