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근 기자 qwe123@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두달만에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초 롯데월드타워를 깜짝 방문한 신 총괄회장은 이번엔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가정법원에 직접 출석했다. 신 총괄회장은 3일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의 첫 심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는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해달라며 이번 심판을 신청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법원이 질병이나 노령 등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대신할 법적 대리인을 지정해 재산을 관리하도록 돕는 제도다.
심리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서울가정법원 지하 4층 주차장은 취재진 50여명으로 붐볐다. 오후 3시45분께 검은색 세단을 타고 나타난 신 총괄회장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앞까지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이동했다. 그는 측근들이 준비한 휠체어도 마다했다.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재판을 마치고 나온 양측 변호사들의 '입'에 취재진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후견인은 필요없다."
양측 법률대리인들은 신 총괄회장이 법정에서 이 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의 변호를 맡은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이번 청구심판의 취지에 대해 불쾌함을 나타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으로 오는 길에 신 총괄회장과 나눈 대화내용도 소개했다. "신정숙 씨가 롯데에서 일을 하다가 잘못을 저질러 쫓겨난 남편의 일 때문에 앙심을 품고 이번 심판을 청구한 것 같다. 오히려 신정숙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신 총괄회장과 신정숙 씨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대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서로 만나긴 했는데 두 사람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심리가 끝난 뒤 신 총괄회장은 40여분에 걸친 '신경전'에 체력이 다한 듯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떠났다.
이날 양측 변호인들은 신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는 것에 동의했다. 법원은 내달 9일 열리는 2차 심리에서 신 총괄회장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받을지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