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동영상이 9일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사진=동영상 캡쳐) |
"당연히 내 장남이 후계자가 돼야한다. 이것은 일본과 한국의 오너기업에서는 상식이다. 모두들 상식선에서 그렇게 하고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않고, 다른 사람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신용을 받지 못하게 것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자신의 후계자는 장남이라는 뜻을 다시한번 분명히 했다. 16분에 걸친 장시간의 인터뷰 형식의 동영상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에 대한 자신의 의중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9일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개설한 일본어 웹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www.l-seijouka.com)'에는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번 동영상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후 지금까지 신 총괄회장이 직접 출연한 것으로는 가장 긴 시간에 걸쳐 촬영됐다. 동영상은 질의응답 방식으로 구성됐으며, 촬영시점은 지난 1월이라고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홍보대행사인 VOX글로벌이 밝혔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국내 언론사를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후계자는 장남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회사에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지분구조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의 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을 겨냥한 듯 "오너 사장이 되어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 움직인다면, 이래서는 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며 "롯데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를 창업했을 때부터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신뢰'를 우선 순위로 꼽았다.
신 총괄회장은 "소비자들이 '롯데라면 틀리지 않다'라며 제품을 안심하고 사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용과 신뢰가 롯데를 점점 더 크게 만들어 주었다"고 말했다.
회사의 창업정신과 상품·직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롯데를 창업했을 당시 다른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몇백명씩 채용했다가 사정이 안좋아지면 금세 해고했지만 그는 절대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직원들이 롯데를 운영하고 경영하기 때문에 직원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장사든, 무엇이든 인간 사회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며 직원들에게도 이것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 속에서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과 건강상태는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리던 신 총괄회장은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듯 언론 앞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일 서울 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 1차 심리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언론의 카메라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