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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체크리스트]③ 워커힐 '대못' 뽑을까

  • 2016.10.11(화) 11:24

관광객 705만명·매출 1.5조 '장밋빛 청사진'
1200억 '리조트 스파'에 달린 면세점 운명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대기업간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대기업에 배정된 면세점 티켓은 3장이다. 이를 위해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HDC신라·SK네트웍스 등 5개사가 뛰어들었다. 각 기업의 면세점 특허권 취득 여부를 좌우할 변수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 SK네트웍스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을 내세워 면세점사업에 재도전한다.

 

"워커힐면세점이 보유하고 있던 통합물류창고, IT시스템 등의 자산인수를 완료했다"

지난 4월20일 오전 두산은 이 같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워커힐면세점은 SK네트웍스가 지난 1992년부터 24년간 운영하던 매장이다. 두산은 면세점 오픈에 차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목적이었지만 SK네트웍스에는 '대못'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워커힐면세점이 더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질수 있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동대문에 면세점을 유치하려고 마련했던 물류창고를 매각한 것이고, IT시스템도 기존의 개발인력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워커힐면세점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해 매각한 것"이라며 "면세점 철수의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SK네트웍스는 서울 동대문에서 두산에 밀려 면세점 경쟁에서 탈락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워커힐면세점 특허권마저 신세계DF에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만해도 SK네트웍스의 면세점 사업은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5년에 한번 나오는 면세점 특허권을 위해 멀쩡히 영업하던 공간을 비워둘 수도 없고, 그 사이 특허권이 나온다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사람이 빠져나갔고 뒤이어 면세점 자산마저 두산에 넘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랬던 SK네트웍스의 기류가 확 변했다. 정부가 지난 4월말 관광활성화와 고용·투자촉진을 목적으로 서울에 시내면세점 4개(대기업 3개, 중소기업 1개)를 추가로 허용키로 하면서 SK네트웍스에 기회가 주어졌다. 최신원 회장도 "반드시 면세 특허를 탈환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SK네트웍스가 내세운 전략은 '외형과 규모'다. ▲워커힐면세점의 매장면적을 2.5배로 확장(1660평→4330평)하고 ▲앞으로 5년 뒤에는 연간 705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목표(2021년 3000만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을 워커힐면세점이 흡수하게 된다.

관건은 실현 가능성이다. 역대 최대인 142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한 2014년 워커힐면세점을 찾은 관광객은 150만명(회사측 추산)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관광객이 1.8배(2016년 1650만명→2021년 3000만명)로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SK네트웍스는 그보다 빠른 성장세(4.7배, 150만명→705만명)를 장담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2021년 매출목표도 1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워커힐면세점이 다시 문을 연 뒤 연평균 40%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이 때문에 SK네트웍스가 너무 화려한 청사진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 워커힐은 도심에서 떨어져있는 입지로 인해 면세점과 카지노를 제외하면 외국인 관광객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외국인들은 서울 명동(77.1%)과 동대문시장(60.3%), 고궁(44.3%), 남산타워(40.7%), 신촌·홍대(29.1%) 등을 주로 찾았다. 워커힐호텔 방문비율은 0.1%에 불과했다.
 

▲ SK네트웍스가 1200억원을 들여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워커힐 스파 리조트' 조감도.


이런 점을 의식해 SK네트웍스가 내놓은 카드가 연면적 1만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성사업이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면 1200억원을 투자해 2년내 170m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인피니티 풀과 사계절 스파 등이 어우러진 리조트를 완공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지난해 500억원을 들여 워커힐 일대에 관람차와 분수쇼 등 관광자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워커힐은 다른 면세점에는 없는 한강과 아차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며 "이곳에 리조트 스파를 조성해 관광명소로 만들면 700만명 이상 유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입찰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워커힐면세점의 운명은 첫삽도 뜨지 않은 리조트 스파 사업의 성공 여부를 면세점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총 1000점 만점인 시내면세점 심사기준에서 '관광 인프라'와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가 차지하는 배점은 각각 150점이다. 이와 별도로 사업의 성장성과 전략, 투자규모의 적정성 등을 평가하는 '운영인의 경영능력' 항목에선 최대 300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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